[고교학점제 현장을 가다]<하>진로를 찾아가는 교육

오창고와 함께 공동교육과정으로 운영 중인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수업에서 학생들이 모둠을 꾸려 사례를 연구하는 모습
오창고와 함께 공동교육과정으로 운영 중인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수업에서 학생들이 모둠을 꾸려 사례를 연구하는 모습

비수도권의 비평준화 고등학교. 서울대 의대에 진학할 만큼 성적이 좋은 학생도, 학구열이 넘치는 학생도 많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줄 멘토를 만나기도,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체험해 볼만한 곳을 찾기도 어렵다. 인근에 마땅한 기관도 없거니와 찾아가려 해도 교통이 좋지 않다. 이들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오직 학교뿐이다.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있는 청원고등학교는 비평준화 학교로,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충북에서 손꼽히는 학교지만 인근에 학원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모두 같은 곳에서 생활하고 수업하는 만큼 다양한 선택과목은 학생들에게 세계를 넓혀주는 기회다. 1학년은 공통과정을 듣고, 2·3학년 때 선택과목을 들을 수 있다. 2학년부터 40~50개 과목 중 한 학기에 7개 과목 정도를 선택해 듣는다. 2년 동안 통틀어 28개 과목을 접하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과목을 열다보면 소인수 과목도 나올 수밖에 없다. 학생은 원하지만 교사가 가르치기 힘든 과목도 생긴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야 하는데 학교에는 자원이 부족하다. 다양한 진로를 지원하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중심의 지역의 자원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청원고는 대학 연계 공동교육과정으로 이번 학기 공학일반과 영상제작의 이해를 열었다. 학교 내에서 전공 교사를 찾기 힘든 과목을 대학이 마련해줬다. 충청대 교수가 직접 청원고로 와서 수업한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기회다. 인근 학교와 공동교육과정으로 과학과제연구, 국제관계와 국제기구라는 수업도 개설했다.

청원고에서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으로 공학일반 수업을 하는 모습
청원고에서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으로 공학일반 수업을 하는 모습

인근학교 학생이 함께 듣다보니 시너지 효과도 난다. 관련 과목 경진대회가 있으면 함께 나가자고 서로 부추긴다. 기숙사에서도 교실에서도 같은 학생만 만나다 다른 학교 학생을 만나니 분위기 전환도 되고 은근한 경쟁심도 생긴다고 한다.

청원고 교사들이 고되면서도 더 많은 과목을 열어주려고 애쓰는 이유다. 한 교사가 3~4과목을 가르친다. 공동교육과정 협력교사 역할까지 포함해 5과목을 맡는 교사도 있다.

학생이 선택과목을 제대로 고르려면 진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청원고는 두세 달에 한 번씩 진로의 날을 정해 산업단지 연구원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학교수와의 멘토링도 진행한다. 충북 전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의 특성상 학부모와 상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학교는 과학산업단지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영상회의 솔루션으로 멘토링을 지원하기로 했다.

청원고 학생들의 교육과정 설계를 돕기 위한 교육과정 박람회
청원고 학생들의 교육과정 설계를 돕기 위한 교육과정 박람회

충북은 고교학점제 선도지구로 지정돼 많은 지원을 받지만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인근 학교라고 할 만한 곳이 너무 멀리 있어 온라인이 아니고는 공동교육과정을 여는 것이 어렵다. 대학에서 강사를 보내줘도 협력교사가 있어야만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의 부담이다.

오형숙 청원고 교사는 “지방과 수도권과의 격차가 더 커질까 걱정”이라면서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한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공동기획:한국교육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