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포장 비닐도 '씻어서 버려라'...환경부 新방침에 '전자업계 전전긍긍'

환경부가 공산품 겉면에 '쓰레기 분리 배출 방법'까지 알기 쉽게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전자업계 근심이 깊어졌다. 예를 들어 전자 제품 포장 비닐엔 '내용물을 비우고 씻어서 버려야한다'는 문구를 필수로 넣어야한다. 업계는 물이나 음식물로 인한 포장재 오염 가능성이 낮은 전자제품 특성 상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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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입법 예고를 했다. 공고에 따르면 환경부는 앞으로 포장 재질 중심에서 '배출 방법' 중심으로 분리 배출 표시를 변경할 예정이다. 일반인도 분리배출 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서 재활용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 원료 품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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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규제에서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재는 '깨끗이 씻어서'라는 문구를 필수로 넣어야 한다. 기존까지는 포장 재질만 표기하도록 했다. 앞으로 캔류는 '내용물을 비워서', 상자류와 종이팩은 '깨끗이 접어서', 투명 페트병은 '라벨을 떼서'라는 문구를 반드시 담아야한다. 분리 배출 심벌마크 사이즈도 기존 8㎜에서 12㎜로 키워야한다.

전자업계는 제품 포장에 비닐과 상자, 플라스틱을 모두 사용해 근심이 크다. 비용 증대와 소비자 혼란을 가장 우려한다. 업계는 환경부의 새로운 법안 취지는 공감하지만 불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업계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전업체 A사 관계자는 “식품류와 달리 전기, 전자 제품은 포장에 내용물이 남지 않는데도 씻어서 버려야한다는 문구가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개정되는 분리배출 마크 배출 방법 표시 문구는 품목을 명확히 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제품 포장 문구를 바꾸고 필수 표시해야하는 심벌 사이즈를 확대하는 데 따른 비용도 문제로 지적했다. 오표기 재작업에 따른 불필요한 자원, 인력 낭비도 관건이다.

다른 전자업체 B사 관계자는 “소형 제품은 표면 공간이 협소해 분리배출 마크를 키워 표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개정안에 적합한 분리 배출 표기를 위해 오히려 표장재를 더 사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오히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1년까지 기존 도안과 변경된 도안을 모두 허용하고, 업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분리 배출 표시 변경은 여러 정부부처와 연관된 일인 만큼 짝수년도부터 일괄 적용한다”면서 “구체적 적용 대상 등은 미정이고 여러 업계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