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룡의 스타트업 이야기]곽대진 해기S&T 대표 '석션버켓 공법 주역'

지난달 세계 최초 해상구조물 해체 후 재설치
“그린뉴딜 앞세운 한국 스타트업의 희망”

곽대진 대표(오른쪽)와 함성룡 이사장
곽대진 대표(오른쪽)와 함성룡 이사장

곽대진 해기S&T 대표는 대한민국 해상구조물 설치 1세대다. 지난달 11일 진도바다 앞 104m 해상구조물을 해체한 후 25일 신안바다에 재설치에 성공했다. 곽 대표는 진도바다 앞에서 벌어진 해상구조물 해체 작업과 관련해 생생하게 전했다.

“서해바다 목포 대불항에는 500톤 크레인, 8000p 자항선 등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최대 150m 높이 크레인이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세계 최초 해상 기상탑 구조물 해체 작업이 이루어지는 날이었습니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아직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벌써 수차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시행착오가 생길 때 마다 바다 위에서는 목숨을 건 작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출렁이는 바다 덕분에 500톤 크레인 고리는 허공에 계속 흔들렸습니다. 작업자 옆으로 스쳐지나 갈 때 마다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혹여나 고리가 구조물에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그 충격은 이루 말 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출렁이는 바다 70m 높이 구조물에서 추락을 방지하는 보호 장비는 허리에 찬 생명선이 전부였습니다”

한국에서도 해상풍력 시대가 열리며, 보다 값싸고 안전한 해양구조물 개발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석션 버켓 방식 기초는 종전 방식보다 비용이 30% 정도 줄고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곽 대표는 진도와 신안바다에서 벌인 해체와 재설치에 석션 버켓 기술을 활용했다.

석션 버켓 방식은 주사기의 원리가 적용된다. 해저면에 버켓을 안착시킨 후 버켓 내부의 물을 수중펌프로 빨아내게 되면 직경 7m 이상의 기초가 해저면 속으로 10m 이상 밀려들어 간다. 석션 버켓 내부에는 흐트러지지 않은 2000~3000톤 무게의 흙이 있어 이 무게로 해양구조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지지해 준다. 이 방식은 공사 기간도 단축되고 소음, 진동, 부유물이 없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방식으로 설치하던 40일보다 짧은 2~3일이면 풍력 구조물 1기를 설치할 수 있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소리가 들린다는 기존 풍력탑 설치 방식인 항타(망치질)방식의 해양 생태계 혼란과 민원을 최소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석션 버켓 방식으로 설치되는 구조물은 2007년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으며 해상풍력 분야에 적용된 시점은 2013년으로 유럽과 같다. 국내 석션 공법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으며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곽 대표는 “특허기술은 물을 빨아들이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는데 한국의 독보 기술은 유럽과 달라 특허 충돌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에 성공적으로 수행한 해상기초 해체·재설치 프로젝트가 세계 해상풍력시스템을 설치하는 개발사에게 한국의 앞선 기술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도바다 해상구조물 해체 작업 현장
진도바다 해상구조물 해체 작업 현장

신안바다 해상구조물 재설치 현장
신안바다 해상구조물 재설치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