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혁신 가전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두피 관리로 건강한 모발이 되도록 돕는 기기를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기기였지만 사용법은 곧 익숙해졌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어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사용해 보니 꽤 만족스러웠다. '혁신 가전'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느낀 계기였다.

혁신 가전의 힘은 상당하다. 기업들의 최고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업체는 가전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프리미엄 혁신 가전을 잇달아 시장에서 성공시킨 결과다. K-가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중국 업체들이 연달아 '미투' 제품을 선보이지만 K-가전의 아성을 흔들지는 못한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제품은 모두 한국산이다.

소비자는 성공한 혁신 가전만 접하게 된다. 그러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큰 투자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세상에 없던 제품' 출시가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과도한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하는 기업인이 많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출시할 때 인증과 허가를 받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린다.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다 경쟁국에서 먼저 출시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전에도 있던 일반 가전제품의 출시는 대체로 수월하다. 그러나 기존 틀을 깨는 혁신 기능을 탑재하거나 건강 관련 기능을 넣으면 각종 규제라는 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물론 기존 체계에 적용하기 어려운 혁신 제품이 출시하면 규제 당국 담당자도 혼란스러운 건 매한가지다. 이로 말미암아 인증과 서류 작업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된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산업계의 '규제 허들'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들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혁신을 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주로 빅데이터, 보안·인증 소프트웨어(SW) 등 이른바 인기(?) 분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제는 하드웨어(HW)에서도 강력한 규제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외 가전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졌더라도 혁신 제품은 매해 광폭 성장세를 구가했다.

규제 당국은 기존 체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혁신 제품이라면 좀 더 적극성을 발휘해 빠른 행정 처리로 기업을 도와야 한다. 산업계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