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법에게 미래를 묻다' 펴낸 법학자 정상조 서울대 교수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평생 지식재산권 분야를 연구한 법학자가 인공지능(AI) 관련 책을 내놨다. 이달 초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를 출간한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가 주인공이다.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증기기관이 제임스 와트의 '특허'에서 출발했듯이 AI 기술을 제대로 이해해야 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의 발전방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 교수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AI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1980년 국내에 지식재산이란 개념이 희박할 때부터 이 분야를 파고들었던 그에게 첨단 기술의 도전은 흥미로운 사건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오래전부터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주로 지식재산권법을 깊이 연구했다. 서울대 기술과법 센터장을 역임하고, '딥러닝에서의 학습데이터와 공정이용'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법과 과제' '위치기반 서비스 규제에 관한 연구' 등을 내놓았다.

기업 투자가 공장, 설비에서 특허와 기술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기술과 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그의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지식재산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법조인들도 크게 늘어났다.

정 교수가 내놓은 책은 까다로운 학술연구결과를 모아놓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놓은 책이다. 이는 그가 AI가 불러일으킬 변화가 우리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거대한 물결이라는 점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AI가 산업 인프라부터 일상생활까지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데, 법과 제도 준비는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순히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사회가 준비를 갖추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정 교수는 “AI가 일으킬 변화는 산업계는 물론이고 개인이 생성하는 데이터의 이용, 수집, 활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 정치권에서 이러한 변화를 모두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데 일반 대중의 목소리가 보다 잘 전달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 - 로봇 기술 활용에 앞서 알아야 할 법 제도 이야기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 - 로봇 기술 활용에 앞서 알아야 할 법 제도 이야기>

AI 데이터 수집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동의의 영향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휴대폰과 AI스피커, 자율주행차 등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도 점점 다양해진다. 예를 들어 AI 기술이 장착된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과 규제 등은 완성차업체, AI기술제공기업, 보험사 등에서 어떻게 나눌 지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추진하는 '한국형 뉴딜'에서 디지털 뉴딜 사업은 이러한 올바른 제도 수립 논의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 주장이다. 자동차가 잘 달리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잘 정비된 교통법규와 신호체계 등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정 교수는 “대학에서도 학부 차원에서 AI에 대해 기본소양으로 가르칠 필요성이 있다”면서 “AI는 다른 학문이나 산업계와 융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교육과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