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불문율로 여겨지던 플랫폼 수수료 7:3 정책이 바뀌고 있다. 우수한 게임콘텐츠와 게이밍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 게임 개발자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그들의 공로와 수익을 더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개발자는 더 높은 수익을 거두고 이용자는 더 낮은 가격에 게임을 구입하고 있다.
다만 세계 최대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이자 국내에서도 많은 이용자가 애용하는 '스팀'은 7:3 기본 수수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스팀의 고수수료 정책에 게이머와 개발사가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는 3일 PC스토어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8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스토어에서 PC 게임 판매 수익 중 플랫폼 몫을 기존 30%에서 12%로 변경한다. 개발자가 가져가는 비중은 70%에서 88%로 올라간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소속 개발자가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맡기고 이에 필요한 기술 플랫폼과 서비스를 전폭 지원할 방침이다.
매트 부티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총괄 부사장은 “PC 게이머를 위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확대하기 좋은 시점”이라며 “PC게임 산업을 이끌어가는 데 지속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PC 게임 수수료인하는 최근 게임 플랫폼 수수료 인하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PC 게임 플랫폼 중 수수료를 가장 먼저 인하한 에픽게임즈는 관행이던 7:3을 깨고 88:12를 도입했다. 결제 수수료 2.5~3.5%, 고객서비스 1~1.5%, 콘텐츠 전달 1%를 제외하고도 5%정도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규모의 경제를 적용하면 장기적으로 최대 7% 수준까지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계산했다.
에픽의 행보는 모바일 게임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픽이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전을 펼치면서 전세계 고액 수수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애플과 구글은 매출 100만달러 미만 개발사에게 수수료를 15%로 인하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3일(현지시각)부터는 에픽과 애플의 소송전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에서 시작된다. 포트나이트 앱 내에서 에픽이 별도 결제 서비스를 홍보하자 애플이 이를 막으면서 시작됐다. 별도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싸 이용자는 더 싼 가격에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승패 따라서 앱 비즈니스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최대 ESD인 스팀은 수수료 30%를 고수하고 있다. 스팀 기본 수수료는 30%이며 매출 100만달러가 넘으면 25%를 책정한다. 5000만달러가 넘으면 20%로 낮아진다.
스팀 독과점 상황에서 우리나라 PC, 인디 게임은 스팀에 종속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수수료에 EA오리지날스나 인디 전문 ESD 데슈라로 이주를 시도하는 사례도 있으나 스팀에 비하면 미비하다.
충성도가 높은 플랫폼이지만 '발적화(발로 한 최적화)'로 유명한 클라이언트, 채팅관련 콘텐츠 불편함, 고질적 서버문제, 보안, 피싱 등 문제로 '도대체 수수료로 벌어다가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온다.
스팀의 고수수료 정책이 수수료 완화시대에 게이머와 개발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