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우주선 같네.”
스타리아 첫인상은 파격 그 자체였다. 스타렉스 후속으로 알려진 스타리아 위장막 차량을 도로에서 마주쳤을 때 '설마 이 디자인이 그대로 나오겠어'라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을 태우거나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다목적차량(MPV)치곤 너무 과감한 디자인이라 여겼다.
위장막을 벗은 스타리아를 마주하자 감탄이 나왔다. 커다란 차체를 그 어떤 경쟁차보다 매끈하게 다듬었다. 커다란 창문을 넣은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각진 박스카 형태에 무난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는 MPV 시장에서 스타리아는 디자인만으로도 존재감이 넘친다.
국내 MPV 대명사인 스타렉스의 승합차 이미지를 과감히 벗고 스타리아로 새 삶을 택한 이유가 수긍된다. 새 이름 스타리아는 별을 의미하는 'STAR'와 물결을 의미하는 'RIA'의 합성어다. 현대차는 별 사이를 유영하는 우주선 외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시승한 모델은 스타리아 라인업 가운데 고급형에 해당하는 스타리아 라운지 7인승이다. 현재 스타리아는 승용 시장을 노리는 스타리아 라운지(7·9인승)와 승합 시장에 대응하는 스타리아 투어러(9·11인승), 상용 시장에 적합한 스타리아 카고(3·5인승)로 판매된다. 모델별 특성에 따라 디자인이나 상품 구성이 달라진다.
먼저 고양을 출발해 시승 기착지인 김포까지 2열 시트에 앉아 시승했다. 달라진 승차감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서다. 시승차인 스타리아 라운지 7인승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2열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전후좌우 슬라이딩은 물론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처럼 전동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편안히 눕는 자세를 연출할 수 있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는 몇 달 전 시승한 기아 카니발 7인승 리무진 모델에도 장착돼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두 차종을 모두 타본 결과 착좌감은 스타리아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공간감의 차이다.
실제 스타리아의 전폭(1995㎜)은 카니발과 같지만 전고(1990㎜)가 250㎜ 높고, 전장(5255㎜)과 축간거리(3275㎜)는 100㎜, 185㎜ 길다. 특히 지상고를 낮춰 실내 높이를 1379㎜까지 확보해 탑승자에게 쾌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시트를 최대로 눕히면 마치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처럼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
2열 시트에 앉아 차창 밖을 보는 개방감도 뛰어나다. 차량 측면부 벨트라인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통창 형태의 파노라믹 윈도를 적용해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한옥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차경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기착지에 도착해 운전대를 잡고 다시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스타리아는 2.2ℓ 디젤 엔진과 3.5ℓ LPG 엔진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시승차는 R 2.2 VGT 엔진을 탑재한 디젤 모델이다. 최고출력은 177마력, 최대토크는 44.0㎏·m로 2390㎏에 육박하는 큰 차체를 끌기에 충분한 힘을 제공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여 스타리아를 개발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다. 컬러 LCD 계기판을 대시보드 상단에 배치해 뛰어난 시인성을 제공하며, 센터페시아 내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공조계 등을 일체형으로 구성해 조작성을 높였다.
곳곳에 배치한 수납공간도 재치 있다. 계기판 하단과 오버헤드 콘솔, 센터페시아 위아래 등에 크고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고, 1열 시트 가운데는 컵홀더와 USB 포트 등 다양한 기능을 일체화한 콘솔을 장착했다.
시동을 걸면 엔진이 조용히 깨어난다. 최신 디젤 승용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했다. 다만 실내가 정숙하다보니 요철을 지날 때마다 2열 차창 쪽에서 부품끼리 딱 들어맞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찌그덕 소리가 거슬렸다. 여러 대를 타보진 못했기에 이는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는 여유롭게 변속을 진행해 속도를 높인다. 날렵하진 않지만 부족함 없는 설정이다.
전체적 주행 성능은 만족스럽다. 특히 세단처럼 매끄러운 조향 감각이 인상적이다. 운전대를 돌리면 정직하게 라인을 그린다. 도로 위 요철도 부드럽게 걸러낸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를 채택했는데 주로 승용차에 쓰이는 방식이다. 과속 방지턱을 조금만 빠르게 넘어도 출렁임이 심했던 스타렉스와 비교해 확연한 승차감 개선을 느낄 수 있다.
최신형 승용차 수준의 풍부한 안전·편의 장비도 주목된다. 스타리아는 전 좌석에 3점식 시트 벨트와 헤드레스트, 전복감지 커튼 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을 기본 적용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와 차로 유지 보조(LF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등을 제공해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2열 도어와 트렁크를 전동으로 열 수 있는 스마트 파워 슬라이딩 도어,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도 적용했다.
시승차인 스타리아 라운지 7인승 인스퍼레이션 2.2 디젤 AWD 기준 복합 연비는 10.3㎞/ℓ다. 시승 당일 도심에선 9㎞/ℓ, 자동차 전용도로에선 12㎞/ℓ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수입 승용 미니밴과 견줄 정도로 상품성이 높아지면서 가격도 비싸졌다. 시승차 기본 가격은 4212만원이며, 옵션을 모두 넣은 최종 가격은 4680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