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세슘·스트론튬만 쏙쏙...원자력연, 핵종 선택 흡착제 개발

원자력연 연구진과 세가지 형태의 황-제올라이트 복합체
원자력연 연구진과 세가지 형태의 황-제올라이트 복합체

국내 연구진이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 형성되는 방사성 오염핵종 세슘과 스트론튬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흡착제를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양희만 해체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팀이 최민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이를 위한 '황-제올라이트 복합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제올라이트는 방사성 핵종 흡착에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지만 세슘과 스트론튬에 대해서는 흡착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연구팀은 황을 이용해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제올라이트 기공 내부에 세슘, 스트론튬과의 화학적 친화력이 높은 황을 승화시켜 봉입, 황-제올라이트 복합체를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 저비용에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제조 가능해 상용화 기대도 크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세슘과 스트론튬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흡착제가 개발됐지만, 대부분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추가로 황을 많이 봉입할수록 세슘 흡착 선택성이 크게 향상됨을 확인했다. 제올라이트 한 종류로 세슘 흡착에 흔히 쓰이는 차바자이트 내 황 질량 백분율이 5%와 10%일 때 세슘 흡착 선택성은 기존 차바자이트 대비 각각 3.2배, 7.1배 증가했다.

스트론튬 흡착 선택성은 제올라이트 종류에 따라 황의 특정 함량에서 최대치를 보였다. 스트론튬 흡착에 흔히 활용하는 제올라이트A 내 황 질량 백분율이 3%일 때 기존 제올라이트A 대비 최대 1.5배 증가하였으나, 10%에서는 1.33배 증가에 그쳤다.

황-제올라이트 복합체를 이용한 오염지하수 정화 실험 결과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을 각각 99.4% 이상 제거했다. 특히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이 동시에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두 핵종 모두 97.5% 이상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향후 원자력시설 해체 시 발생할 다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처리하는 데 바로 활용 가능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황-제올라이트 복합체 흡착 성능을 확인한 만큼, 사용이 끝난 제올라이트를 안정화하는 기존 공정을 황-제올라이트 복합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추가 진행하고,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희만 선임연구원은 “제조비용이 싸고 과정도 간단해 대량생산에 적합하다”며 “현재 오염수 처리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일반 제올라이트를 바로 대체할 수 있어 상용화에 매우 유리하다”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