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잇따라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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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정치권에서 과세 유예를 위한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소속 조명희 의원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과세 시점을 2023년으로 1년 늦추고, 공제금액도 금융투자소득과 동일하게 5000만원으로 상향하도록 했다. 현재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과세를 기타소득으로 보고 250만원까지만 공제한다.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유예해야 한다는 법안 발의는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윤창현·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가상화폐 과세 시점을 각각 2023년과 2024년으로 유예해야 한다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과세를 1년 미루고, 가상화폐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여야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가상자산 과세의 문제점은 가상자산 범위가 제대로 확정되지 않았고,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 의원은 “과세는 법과 제도를 정비한 뒤 단계적으로 해도 늦지 않다”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과 법적 성격, 과세 인프라 마련이 전제돼야지 과세 욕심이 제도 정비를 추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세 인프라에 대한 지적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정부에서는 2년 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준비해 왔고,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는 등 특금법 제정으로 과세 기반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이 예정대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기한은 내년 1월 초까지이며, 내년에는 거래소들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데이터를 쌓는 만큼 예정대로 과세 시스템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논의가 다소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으면서 과세 유예 논의가 한 차례 제기됐으나 이후 하락장으로 돌아서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든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7000만원을 넘보는 등 상승하자 논의가 재개됐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의 주요 투자 계층인 청년층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과세 시점을 미룰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과세 시점을 올해 10월에서 내년 1월로 3개월 연기했고, 과세 인프라 또한 준비된 상황이어서 과세를 유예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지난해 여야의 맹공으로 대주주 요건 강화 방침을 접어야 했던 만큼 정치권의 움직임에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주주 요건 강화 역시 2017년에 법안이 통과됐지만 이른바 '동학 개미'를 등에 업은 정치권에 밀려 10억원 요건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