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41)AI시대 정부의 역할과 민간 협력 방안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41)AI시대 정부의 역할과 민간 협력 방안

1919년 9월 1일. 러시아 서북단 북극 아래 도시 무르만스크에서 러시아인 리첸코 명의의 전보가 발신됐다. “여기 조선 노동자들은 어려움에 처했다. 도움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상황을 알려 달라.”극동 시베리아에서 일자리를 찾아 흘러온 무르만스크 조선인 철도노동자들이 영국을 거쳐 일본에 송환될 예정이었다. 망한 나라의 임시정부를 찾는 간절한 전보는 무시되지 않았다. 외교권이 없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지부였지만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과 협상에 나섰다. 영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일본대사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조선인 35명을 인도받아 프랑스에 정착케 했다. 그렇다.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역량이 약한 시절에는 정부 주도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계획을 마련해 국민을 이끌었다. 새마을운동, 경부고속도로, 중화학공업 육성, 수출역량 고도화가 그것이다.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정부정책을 따른 결과다. 교육은 국민이 정부를 잘 따라오게 만드는 공동체교육과 산업역군을 양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민역량 부족은 정부 부패를 용인하고 인권침해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41)AI시대 정부의 역할과 민간 협력 방안

국민역량이 어느 정도 높아진 후에 정보화, 민주화가 이뤄졌다. 국민은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쏟아내고 거리로 나와 정권을 교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 각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세우자 정부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 금융, 부동산정책 등 시장을 이기려는 정책은 난관에 부딪혔다. 원자력발전, 모빌리티, 데이터산업 등 곳곳에서 의견충돌이 있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정책 실행력을 떨어뜨렸고 정부기관 간 불협화음은 사태를 악화시켰다. 시민단체 역량은 높아졌지만 국민 의사를 골고루 반영하지 못하고 참여활동가 개인역량과 소신을 내세우는 데 그쳤다. 논의에 참여하지만 양보하거나 절충하는 법을 모른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본계획과 실행계획 수립, 위원회 구성, 산업특구, 세제 및 예산 지원 등 개발국가 시대 정책을 답습했고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41)AI시대 정부의 역할과 민간 협력 방안

이제는 국민역량이 최고도에 이른 AI시대다. 국민은 납득되지 않고 신뢰할 수 없으면 정부정책을 따르지 않는다. 정책을 기획, 설계, 수립하는 단계에도 참여하고 싶어 한다. 이제 정부는 높아진 민간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 조율하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 대학 등 교육기관, 비영리기관, 기업 등 단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이 성공적이면 해당 지역 주민 개개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2015년 성북구청은 길거리 금연구역 지정 정책을 추진했다. 관광지 등 주민 밀접지역에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빗나갔다. 그러나 지역주민, 기자, 전문가 등이 모인 모바일 직접민주주의 실험에서 마을버스정류장에 금연구역을 지정했을 때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 지역주민과 긴밀히 소통할 때 국민의 정책수요 확인과 능동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국민의 간절함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에 맞는 정책이 나온다.

현재 정부정책에 민간을 참여케 하는 방안에는 위원회, 용역, 연구반, 아이디어 공모, 시민단체와 소통이 있다. 불행히도 대부분 의견수렴에 그치고 있다. 핵심 정책을 정의하고 수요 확인, 우선순위 설정과 실행과정에서 국민과 지역주민의 직접 참여가 중요하다. 지역대학, 비영리기관, 관내 산업체와 협력, 역할 분담 및 조율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역주민 전부 역량을 이끌어내야 좋은 정책이 나오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100년 전 비장한 각오로 도버해협을 건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지부장 황기환을 잊지말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