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차세대 CAR-T 세포 치료제 개발...면역관문 신호 '극복'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김찬혁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면역관문 신호를 극복하는 차세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CAR-T 세포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 세포에 CAR 유전자를 도입해 항암 기능을 증가시킨 유전자 세포 치료제다. 말기 백혈병 환자 대상 임상 시험에서 80% 이상 높은 치료 효과를 보여 '기적의 항암제'로 불린다.

연구팀은 CAR-T 세포 치료제 제작에 사용되는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개량했다. 2종류 짧은 헤어핀 RNA(shRNA)가 CAR 유전자와 함께 발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T 세포 기능 저하를 유도하는 면역관문 수용체 'PD-1'과 'TIGIT' 발현을 동시에 억제했는데, 생쥐 백혈병·림프종 모델에서 CAR-T 세포 항암 기능이 향상됨을 확인했다.

차세대 CAR-T 세포 치료제 연구 개념도
차세대 CAR-T 세포 치료제 연구 개념도

이 기술은 김 교수가 공동 창업한 CAR-T 세포 치료제 전문 개발 벤처인 큐로셀에 기술이전됐다. 올해 3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중이다. 국내에서 우리기술로 시도된 최초 CAR-T 임상시험이다.

미국에서는 2017년 CAR-T 치료제 2종이 허가를 받았고, 현재까지 총 5종이 허가를 받았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인 임상 연구를 진행하며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500여 건 CAR-T 임상 시험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임상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인 암종이 B 세포성 급성 백혈병과 다발 골수종 같은 혈액암에 국한돼 있으며, 혈액암 중에서도 B 세포성 만성 백혈병과 림프종에서는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낮다는 점, 고형암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는 CAR-T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것이 과제다.

연구팀은 T 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수용체에 주목했다. 이들은 본래 T 세포가 지속해서 활성화될 때 생기는 부작용 방지 기능을 하는데, 암세포가 이를 악용해 T 세포 활성을 떨어뜨림으로써 면역계 작용을 회피한다.

연구팀은 2종 shRNA를 동시에 발현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조합 면역관문 수용체들 발현을 억제해 봤고, PD-1과 TIGIT 조합이 유독 CAR-T 세포 기능을 높게 향상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영호 박사후연구원은 “PD-1과 TIGIT 신호 차단은 CAR-T 세포가 면역억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새로운 기술 전략으로 기존 치료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림프종 환자분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제로 여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