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수소에너지 경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때

한종희 한국에너지공과대 수소에너지연구소장
한종희 한국에너지공과대 수소에너지연구소장

세계 모든 국가에 탄소중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숙제가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핀란드는 아예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내세워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고 여전히 제조업이 중심인 중국 또한 206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최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 일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안과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이 '0'인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된다. 이것은 현재의 탄소경제사회 체계를 약 30년 안에 수소경제와 같은 새로운 경제사회 체계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매우 도적적이고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국내 온실가스 중 78% 이상이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된다. 따라서 에너지 체계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새로운 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탄소중립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는 탄소 대신 수소를 에너지 운반체로 사용하는 에너지 체계로 자원 고갈 염려가 없고 친환경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재생에너지 중심 수소에너지 체계로 전환과 선도국을 목표로 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2019년에 발표하고 관련 기술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및 연료전지, 수소차와 같은 수소 활용기술 보급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기업들의 관심도 급속도로 늘어나 관련 사업에 투자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투자와 관심 증대는 분명히 우리나라 수소경제를 통해 탄소중립을 이루는데 청신호다. 하지만 많은 투자와 관심만으로는 국내 에너지 체계 전환과 수소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고 단지 규모만 키우는 물량 공세로 끝날 수도 있다. 보다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수소의 공급·가치 사슬 단계에는 개념 정립 단계 기술부터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까지 아주 많은 종류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기술 중 어떤 것은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것도 있고 어떤 기술은 우리 기반이 약해 자체 확보가 어려운 것도 있다. 따라서 수소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기술 특성과 현황을 분석해 선택적이고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오랜 개발 기간이 필요한 기술에 투자를 급격하게 늘린다고 단기에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자원 투자만 있으면 빨리 확보 가능한 기술에 자원을 아끼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다.

좋은 기술 확보 전략 결정은 많은 데이터 분석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 생산을 하는 것이 연구개발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답을 따라가는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 즉 선진국이 이미 확보한 기술개발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얼마나 투자하고 또한 어떤 전략으로 개발해야 효과적으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선도형 연구개발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투자하고 시도했던 연구개발에서 얻어진 결과를 기술 확보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 확보 전략이 수립된다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기술을 갖출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소경제로 전환과 탄소중립도 가능하다.

한종희 한국에너지공과대 수소에너지연구소장 jhan@ken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