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버넌스 논의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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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서서히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권의 핵심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이 거의 매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현 정부 조직 체계가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각 영역의 극심한 변화와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은 정보통신기술(ICT) 및 미디어 부문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정책학회 등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의 정부 조직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ICT·미디어 관련 기능을 통합하고, 혁신성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보미디어부 신설' 등을 주장한다. 또 대통령비서실에 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배경과 의도는 차치하고 이 같은 주장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등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 조직 개편 논의의 중심을 '산업 진흥'에 둬야 한다. ICT·미디어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신산업 규제갈등조정위원회(가칭)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거의 모든 정권이 신산업 창출과 규제 개혁에 전력을 다했지만,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는 아직도 여전하다. 신산업 출현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을 해결할 공무원들의 적극행정과 인식 전환은 물론이고 규제정책의 대전환도 길을 잃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기업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부 갈등 해결에 역량을 뺏기고 있는 사이 경쟁국 정부와 기업들은 하나같이 몇 걸음 앞서서 치고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시대다. 우리 정치권은 장관을 불러다 호통만 치는 것 말고 무엇을 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대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승리에 취해 허송세월하는 순간 5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