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 보급사업, 사전규격·계약방식 두고 잡음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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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디지털 교과서 보급사업 일환으로 태블릿PC를 구매해 각 급 학교에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선 교육청이 공고한 사전규격과 계약 방식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소기업도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태블릿PC 조달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라남도교육청은 최근 200억원 규모 태블릿PC를 구매키로 하고 장비에 대한 사전규격을 공고했다. 11개 사항으로 구분된 요구규격 가운데 '모니터 해상도(2560×1600)' '카메라(후면) 1000만화소 이상' '카메라(전면) 800만화소 이상' 등 세 항목에 대해 관련 업계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 수준의 규격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은 중국 L사와 국내 S사 등 대기업 밖에 없다”며 “사실상 국내 중소기업의 참여를 원천 봉쇄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작되는 교육용 콘텐츠 대부분이 해상도 1920×1200에 맞춰진 것을 고려하면 높은 해상도를 최소 요구규격으로 제시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업계는 교육청이 단순물품에 프로그램 몇 가지를 설치하는 태블릿PC 보급 사업을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약칭)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태블릿PC와 같은 단순물품 구매의 경우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이 아닌 '다수공급자 계약제도'를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단순물품 구매의 경우 공공조달 취지에 맞게 중소기업 참여기회를 넓히라는 취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은 결국 대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중소기업에는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다수공급자 계약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남교육청은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며 해당 내용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사전규격은 수요학교 선생님들로 구성된 TF팀에서 제시한 내용을 담은 것”이라며 “학교에 보급하는 태블릿PC의 경우 적어도 5년 정도의 유지보수 작업이 병행돼야 하는 까닭에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다수공급자 계약방식 대신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우선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주 중 수렴된 의견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규격과 계약 방식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강원도교육청이 실시한 태블릿PC 구매사업에서도 특정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규격 사항이 공고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지난해 1078억원이 투입돼 진행된 무선 AP 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도입했다가 행정편의적 시행방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올해 진행한 태블릿PC 보급 사업에서는 다수공급자 계약 제도를 적용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