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교육과정의 과제, 고교학점제 안착

[기고]미래 교육과정의 과제, 고교학점제 안착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jychung@ewha.ac.kr

국가교육 과정은 학교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집권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개정은 과정이 매우 오래 걸리는 특징이 있다. 새해에 발표될 개정 교육과정은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는 2025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돼 2027년에 학교 적용이 마무리된다. 앞으로 6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교육과정 개편과 적용 과정은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 양성을 좌우하게 될 중요한 여정이 될 것이다.

국가교육 과정의 개편 과정에는 크게 두 가지 힘이 작용된다. 첫째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도 혁신적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내용적 측면과 방법적 측면에서 교육과정이 미래를 선도해 나갈 인재를 기르기 위해 미래 역량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적용되는 시점의 교육적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적용되는 대상이 어린 학생이기 때문에 교육과정 개정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설익은 아이디어 반영은 매우 위험하다는 관점이다. 교육부의 역할은 교육과정 혁신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 대해 모두 경청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월 24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총론과 각론의 시안을 개발해서 최종적으로 2022학년도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하는 일정이다. 발표된 교육과정 총론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은 예상대로 긍정적인 동의와 함께 부정적인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이번 총론의 주요 내용 가운데에서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해 '전 학년에 생태 전환 교육을 강화하고, 진로 연계 교육과 초등학교 선택과목 도입 및 정보교육을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 수업량 감축 및 수능 제외 예상 과목, 고교학점제 준비 부족' 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서 남은 기간 교육과정 완성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대비한 고교 선택과목의 재구조화에 대해서는 미래 교육을 위한 방안임을 교과 전공자들이 수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 교육은 학생 모두 학습에 성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고, 고교학점제는 이를 위해 필수적인 제도라는 공감대 형성이 더 필요하다.

다만 고교학점제에 대해 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의 시범운영 과정에서 제기되는 '교원 수급, 평가 방안, 학교 시설, 지역 간 격차' 등 문제는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보완해 학교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등 대학입시와의 연계는 미래 인간상과 새 교육과정의 취지를 고려, 최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디지털전환과 함께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모든 학생이 공통적으로 학습해야 할 내용이 줄어들고 개인별 꿈과 진로에 따라 개별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경직적이고 표준화된 근대식 교육과정의 한계를 뛰어넘어 개인별 맞춤형 교육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혁신의 완성이 아니라 설계도이다. 교육과정과 연계된 학교 제도의 하위 시스템인 교육평가, 교원, 학교시설, 교육재정 등 각 영역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서 성공적인 미래 교육을 구현해 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