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로켓엔진 공급 중단…러 우주국, “빗자루나 타시던가”

서방의 경제적 제재가 계속되자, 러시아 우주연방국(로스코스모스)가 더 이상 미국에 로켓 엔진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날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러시아 국영방송을 통해 “(서방의 경제적 제재가 계속되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로켓 엔진을 미국에 공급할 수 없다”고 밝히며 “빗자루나 타게 놔두라”고 조롱했다.

로고진 국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1990년 이후 총 122개의 RD-180 엔진을 미국에 납품했다. RD-180은 러시아 에네르고마쉬의 추력 400톤 급의 액체연료 로켓 엔진으로 미국 우주발사체 아틀라스 III와 아틀라스 V에 사용됐다.

더버지에 따르면, RD-180 엔진을 이용하는 미국 주 고객사는 ULA(보잉사와 록히드 마틴사의 합작회사)와 노스럽 그러먼이다. ULA는 미 항공우주국(NASA)와 미 국방부의 핵심 발사체 제공업체이며, 노스럽 그러먼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정기적으로 화물 공급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결정에 대해 ULA는 미국제 엔진을 사용하는 벌칸(Vulcan)이라는 새로운 로켓을 개발했기 때문에 러시아 엔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스럽 그루먼은 모든 하드웨어가 미국제로만 이루어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화물선 계약을 스페이스X 팰컨9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NASA는 이에 맞서 러시아 없이도 국제우주정거장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지만, 지난달 25일 로고진 국장이 “통제를 잃은 국제우주정거장이 미국이나 유럽의 영토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협박한 데 이은 조치다.

한편, 전날 러시아는 영국 우주탐사업체 원웹의 인터넷 위성 발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원웹 위성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과 영국 정부가 원웹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위성 발사를 거부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