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뱅이 일어난 지 불과 9억 광년 밖에 지나지 않은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고대의 별빛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포착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l) 소속 댄 코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129억 광년 전 별빛을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됐다.
이번에 발견한 ‘WHL0137-LS’는 고대 영어로 ‘아침 별’이라는 뜻을 가진 ‘어렌델(Earendel)’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별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29억 광년이 걸린다. 지난 2018년 허블이 발견한 ‘이카로스(Icarus)’보다 약 40억 광년 더 먼 거리다.
어렌델은 지금까지 포착한 개별 항성의 별빛 중 가장 멀리서 온 것으로 1세대 별의 형성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존스홉킨스 대학 천문학자 브라이언 웰치는 “처음에는 이 별이 다른 별에서 나온 빛이 왜곡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자세히 관찰한 후 아주 먼 과거에 형성된 항성의 별빛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웰치는 이어 “어렌델은 너무 오래전에 형성됐기 때문에 오늘날 관측되는 별들과 다른 원소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별의 질량은 우리 태양의 최소 50배, 밝기는 태양의 수백만 배 더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관측은 허블의 능력도 있지만 어렌델과 지구 사이에 있는 거대한 은하단 ‘WHL0137-08’ 덕분이다. 이 은하단은 마치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해 어렌델을 길고 얇은 초승달 모양처럼 확대했다.
은하단이 어렌델을 확대해 비추는 것은 앞으로도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예측했다. 허블은 흐릿하게만 어렌델을 관측하지만, 이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게 되면 광도와 온도, 그리고 이 어렌델이 진짜 별인지를 알아내고, 별의 종류와 진화 단계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렌델은 우주가 별이 붕괴하며 무거운 원소로 채워지기 전에 형성된 별이라 구성 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후속 연구를 통해 금속 원소 없이 순수하게 수소와 헬륨 등으로만 구성된 별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이론상으로만 제시되어 온 가설의 첫번째 증거가 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NASA와 함께 유럽우주국(ESA) 캐나다 우주국의 공동 프로젝트로 빅뱅 직후인 137억 광년 전 빛을 포착할 것으로 기대받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이다. 지난해 12월 25일(현지 시각)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현재는 라그랑주2(L2)에 도착한 뒤 적확한 사진 포착을 위한 미세 정렬을 진행하고 있다. 올 5~6월 첫 번째 사진을 보내올 것으로 예상된다.
웰치는 “제임스 웹을 이용하면 어렌델보다 더 멀리있는 별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웹이 어렌델의 기록을 깨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