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PR 재고량, 마지노선 3개월치 무너졌다

반도체 감광액(포토레지스트·PR)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재고량이 마지노선인 3개월치 아래로 떨어졌다. 성숙 공정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받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PR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일본 의존도에서 탈피하지 못한 결과다.

반도체 웨이퍼(사진=신에츠화학)
<반도체 웨이퍼(사진=신에츠화학)>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일본산 PR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일부 파운드리는 평시 3개월분에 못 미치는 2개월분 수준까지 재고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PR 수급난이 장기화하면 재고 부족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 제조업계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이후 최소 3개월분 이상의 재고 확보를 매뉴얼화했다. 수급 차질로 이런 매뉴얼이 무너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PR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가격 인상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급난이 심화된 품목은 아이라인(I-line)부터 불화크립톤(KrF)까지 주로 성숙 공정용 PR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이었던 극자외선(EUV)용 PR처럼 첨단 공정용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는 8인치 웨이퍼 기반의 제품 노광 공정에 활용된다. KrF는 3차원(3D) 낸드 플래시 제조에 주로 쓰인다. PR 수급난이 파운드리 업계뿐만 아니라 메모리 생산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수급난은 신에츠화학을 중심으로 일본 PR 제조사의 생산 한계 탓이다. 신에츠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저장성 공장의 전력 공급 제한으로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주문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에츠화학은 올해 IR 컨퍼런스에서 일본 내 신공장(나오에쓰)을 가동하더라도 현재 수요에 대응할 공급량을 맞추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PR시장은 일본 신에츠화학, JSR, 도쿄오카공업(TOK) 등이 과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PR 수입 물량의 일본산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동진쎄미켐, SK머티리얼즈 등 국내 PR 업체가 양산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사의 투자 확대에 따라 수요를 받쳐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산 PR 가격 인상도 위험 요소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평균 일본 PR 수입 가격(톤당)은 전년 대비 16% 이상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수입액이 지속 상승, 매년 무역수지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네온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반도체 제조사의 영업이익에 타격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파운드리는 TSMC 등에 비해 구매 협상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PR 수요·공급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기업의 소재 공급망 확보를 지원할 체계가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일본 수입 현황

(단위 : 톤, 천달러)

자료 :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반도체 PR 재고량, 마지노선 3개월치 무너졌다
반도체 PR 재고량, 마지노선 3개월치 무너졌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