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한국' 탈출 고양이…네티즌이 살렸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탈출한 고양이 ‘윤기’가 검역증이 없어 안락사와 반송 위기에 처해졌으나 누리꾼과 동물권 단체들의 구조 노력 끝에 국내 검역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에서 거주 중이던 남성 A씨는 지난 5일 러시아의 폭격을 피해 4개월 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러나 반려묘 ‘윤기’는 검역증인 ‘동물 건강 증명서’(animal health certification)가 없어 공항에 맡겨졌다. 우크라이나가 전시 상황이라 검역증 등 서류 발급이 불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이를 알고 검역증 없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반려동물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며 당국에 융통성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문제는 검역증이 없으면 윤기의 검역 절차를 밟을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로 반송하거나 안락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반송하기 위해서는 항공료와 공항 계류장 비용 등으로 400만~500만원이 필요한데 A씨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어 안락사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유튜브에서 ‘모지리 in 우크라이나’ 채널을 운영해온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영상을 통해 공개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윤기 살리기’에 나섰다. 일부 누리꾼들은 당국에 전화를 거는 등 항의했으며, 동물권 단체들도 구조에 합세해 일주일만에 윤기가 검역 절차를 밟아 입국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A씨는 "동물권 단체인 나비야와 케어, 동물자유연대 등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한국 대사관도 전쟁으로 검역이 불가능한 상황을 확인해주며 검역 당국 설득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자유연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를 거쳐 무검역으로 입국하게 된 고양이 '윤기'를 향후 국내에서 반려동물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해 인도적인 조치를 한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이어 "윤기는 항체가 형성되고 검역에 대처하는 모든 수의료적인 돌봄의 시간을 지나 윤기에게도 다른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오면 보호자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라며 "그 기간동안 보호자는 철저한 방역 조치를 해 윤기를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재 상황을 공유했다.

인도적인 관점에서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한 농림축산식품부에 감사의 말을 전한 동물자유연대는 "이런 상황을 틈타 상업적인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원칙 그대로 철저히 차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