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64% "수도권 첨단분야 학과 증원 위한 규제 완화 반대"

수도권 집중화…지방 소멸 우려
"학과 신설, 인재 양성 대안 아냐"
역량평가·등록금 '규제 1순위'
'교육교부금' 규모 따라 분배를

4년제 일반대학 총장 64%가 첨단분야 학과 증원을 위한 수도권총량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 격차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학과 설립이나 증원과 같은 단편적인 방법은 인재양성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총장세미나에서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교육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총장세미나에서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교육부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23일 대학총장단에 고등교육 현안과 정책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120여명 총장 중 90명이 설문에 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이 화두가 됐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학과정원·대학평가·학사관리·대학운영 등 대학 전반에 걸쳐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면적 규제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정원 규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90명 중 58명(64.4%)은 수도권 대학 총량규제 완화에 반대했으며, 30명(33.3%)은 찬성했다. 2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자 중 58명은 비수도권 대학, 28명은 수도권 대학이며, 4명은 소재지를 밝히지 않았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사실상 전부 수도권 대학 총량규제 완화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한 사유로는 수도권 집중화가 결국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했다. 이와함께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지 학과 신설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학과 설립보다는 현 정원에서 프로그램 또는 융합전공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으로 첨단신기술산업은 연구인력이 모두 부족한 상황인데 모두 이러한 형태로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다.

지난 정부도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학교 총량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인력이 반도체 학과 한 곳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잘 융합하고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연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총장들이 1순위로 꼽는 규제 완화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와 등록금 동결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원·등록금·재정지원평가·학사운영·유학생유치 등의 항목을 복수로 선택한 질문에서 재정지원평가에 70명이 답했다. 그 다음으로 64명이 등록금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선택했다.

이와 관련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등록금 동결 관련해 올해 안에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이번 정부에서 우선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대안에 대해 1~2년 끌 생각은 아니고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해 지난 14년간 동결됐던 대학 등록금이 내년부터 인상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만 인상을 허용하는 고등교육법 외에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 대상을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에 한정하는 규정으로 14년동안 대학 등록금은 동결됐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행정, 재정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찬반이 분분했다. 시도교육청에 지급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 재정으로 활용할 경우 분배 기준은 지역 협의체(응답자 29명)나 지자체(4명) 등에 맡기는 것보다 대학 규모별로 분배(47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된 고위공직자 결격 사유 중 가장 부정적인 대답은 '자녀의 입시 공정성 논란(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윤리위반(23), 성비위(17), 인사비리 전력(10), 음주운전(6)이 뒤를 이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