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중고차 시세', 누구를 믿어야 하나

판매價 아닌 매입가격이거나 예측 시세 표기
업체별 내부 기준 제각각…소비자 혼란 가중

오락가락 '중고차 시세', 누구를 믿어야 하나

'중고차 수요 증가로 시세 상승세(AJ셀카)' '최대 5% 하락세(케이카)' '1% 미만 보합세(엔카닷컴)'

국내 대표 중고차 업체들이 앞다퉈 쏟아낸 8월 중고차 시세 관련 자료 제목이다. AJ셀카는 수요가 늘면서 시세가 13%나 올랐다고 밝혔으나 케이카는 최대 5% 수준 하락세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엔카닷컴은 전체 평균 1% 미만 보합세를 유지하며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도 매달 시세를 발표하지만 제각각이다.

AJ셀카가 발표한 8월 중고차 시세.
AJ셀카가 발표한 8월 중고차 시세.

오락가락한 중고차 시세 발표에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각 업체가 자사 홍보를 위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내부 기준에 따라 시세를 집계하다 보니 같은 달 중고차 시세라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중고차 시세가 제각각인 이유는 각 업체가 자사 플랫폼에서 거래된 일부 매물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자료를 내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집계 기준이 다름에도 이를 명확히 표기하지 않는다.

AJ셀카는 8월 중고차 시세 자료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고차 거래량이 감소하며 중고차 시세가 상승했다”면서 “중고차 전체 평균 거래량은 전월 대비 10% 감소했고 전체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13.6%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다. AJ셀카는 중고차 매입만을 전문으로 한다. 중고차 시세가 상승했다고 표기했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실거래가(소매가)가 아닌 매입 시세(도매가) 상승을 의미한다.

케이카가 발표한 8월 중고차 시세.
케이카가 발표한 8월 중고차 시세.

케이카는 이달 중고차 시세를 두고 금액대에 따라 순차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직영 중고차 업체 케이카는 주로 신차급 매물을 취급한다. 케이카가 발표하는 중고차 시세는 출시 12년 이내, 중고차 거래량이 높은 740여개 매물을 대상으로 평균값을 집계한다.

다른 업체와 차별점은 그달의 예측 시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측 시세의 경우 실거래가와 정확도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케이카는 “22년 중고차 업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정확한 시세 분석과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매입과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카닷컴이 발표한 8월 중고차 시세.
엔카닷컴이 발표한 8월 중고차 시세.

연간 120만대 중고차가 등록되는 엔카닷컴은 “여름 휴가철 중고차 시세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8월 시세 변화는 크지 않다”면서 “전체 평균 1% 미만인 보합세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매매상사와 개인 매물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만큼 엔카닷컴은 자신들의 데이터가 비교적 가장 정확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엔카닷컴 빅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했다고만 밝혀 내부 집계 기준은 명확히 알 수 없다.

정부는 중고차 매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자동차 365' 웹사이트 내 시세 코너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일부 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현대캐피탈, KB차차차 등 특정 단체·업체만 참여해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 이마저도 매물별 1~2곳만 시세가 올라와 객관적 시세 확인에는 한계가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 취급 매물이 달라 집계 기준에 따라 시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한 곳에 모든 중고차 거래 시세를 통합하긴 어렵겠지만,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세 집계 기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