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가전 전성시대]<1>LG홈브루, 홈술 시장 열었다...'나만의 맥주창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 가전 시장은 폭발적인 수요 증가 외에도 품목 다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맞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탄생한 맥주제조기, 신발관리기, 이동식 스크린 등 '신(新) 가전'이 초개인화·초세분화 기능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기존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신가전이 필수가전 영역 진입을 목표로 했다면, 2세대 제품은 MZ세대를 겨냥해 개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가전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새 성장 동력이 필요한 기업과 나만의 취향을 원하는 가전 수요가 만나 '라이프 스타일 가전' 전성시대가 열린다.

소비자 전반에 '취향'이 강조되면서 맥주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전통적인 맥주 영역이 작아지는 대신 나만의 취향을 고려한 수제 맥주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국내 수제 맥주시장은 2015년 218억원 규모에서 내년 3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설 마이비어랩 대표가 LG 홈브루를 이용해 맥주를 따르고 있다.
이재설 마이비어랩 대표가 LG 홈브루를 이용해 맥주를 따르고 있다.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 신 가전 열풍을 주도하던 LG전자도 이 같은 트렌드를 파악했다. 2017년 맥주를 좋아하던 직원들이 2년여간 개발 끝에 2019년 'LG 홈브루'라는 맥주제조기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회사는 사내 벤처 '마이비어랩'까지 설립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홈브루는 맥즙과 효모, 홉오일, 플레이버(맥주향)로 구성된 캡슐을 넣으면 10~28일간 발효를 거쳐 맥주를 만든다. 빠르게 성장하는 수제 맥주시장과 LG전자 브랜드, 간편하게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편의성이 합쳐져 기대를 모았다.

출시 초기 반응은 기대처럼 뜨겁지 않았다. 기존에 없던 가전이라 확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회사는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이재설 마이비어랩 대표는 “내부적으로 홈브루의 한계로 고객 관여도를 꼽았다”면서 “기존 제품은 5가지 맥주 맛을 내는 패키지로 구성했는데, 고객 취향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발진은 홈브루 사용자와 면담과 커뮤니티 글을 분석, 고객이 원하는 제품으로 새 단장을 시도했다. 수제 맥주 수요층은 맛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만 다양한 조합을 거쳐 자신만의 맥주를 만드는 것을 원했다.

이렇게 탄생한 2세대 제품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기존 모델 대비 판매량이 두 배나 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 5가지 정형화된 패키지 외에 멀티팩을 구성, 최대 800가지 이상 맥주 레시피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에일 맥주 기준 발효 시간을 14일에서 10일로 줄였고 집 밖에서도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병입 숙성 기능'까지 제공한다.

이재설 마이비어랩 대표가 LG홈브루 옆에서 기념촬영했다.
이재설 마이비어랩 대표가 LG홈브루 옆에서 기념촬영했다.

이 대표는 “맥주 맛을 좌우하는 최상급 효모와 함께 LG전자의 냉장고 컴프레셔, 정수기 히팅 기술까지 녹여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면서 “맥주 맛은 균(효모)을 컨트롤하는 게 핵심인데, 온도와 압력 조절 등 LG전자의 가전 기술력이 모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수제 맥주 마니아층에 한정돼 있지만 마이비어랩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적극 소통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 1월 홈브루 사용자 모임인 네이버 카페 개설 당시 회원 수는 1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기준 500명에 육박했다. 맥주 레시피 등 다양한 사용 경험을 공유한 게시물 수도 30배가량 늘었다.

이 대표는 “많은 신 가전이 필수가전 영역으로 진입을 꿈꾸지만 취향을 담을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가전도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취향을 만족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이 속에서 또 다른 취향을 발굴할 때 고객과 기업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