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중반을 기록해 두 달 연속 상승세가 둔화됐다.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되면서 석유류 상승률이 낮아졌다. 다만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6.0%, 6.3%로 오르며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8월 상승률은 5.7%로 전월 대비 상승 폭을 줄였고 9월에도 5%대를 유지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률이 꺾인 영향을 받았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유가 하락에 7월 35.1%, 8월 19.7%로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경유(28.4%) 상승률은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지만 휘발유(5.2%) 상승률은 하락했다.
공업제품 전체 물가 기여도 역시 전월에는 2.44%포인트(P)였으나 9월에는 2.32%P로 줄었다. 반면 가공식품은 8.7% 올라 전월(8.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농산물 가격은 채소류(22.1%)를 중심으로 8.7% 상승했다. 배추(95.0%)와 무(91.0%)가 큰 폭으로 올랐다. 파(34.6%)와 풋고추(47.3%) 등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개인서비스도 6.4% 올라 전월(6.1%)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상승률로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다. 외식 물가상승률은 9.0%로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치킨(10.7%), 생선회(9.6%) 등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전기·가스·수도는 14.6% 상승하며 전월(15.7%)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다만 10월에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오름세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물가지수는 6.5% 오르며 전월(6.8%)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과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5%로 전월(4.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식료품과 에너지제외 지수도 4.1% 올라 전월(4.0%)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OPEC 플러스 감산 결정이 석유류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물가 상승세는 7월에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9월까지 작년 누계 비 물가 상승률은 5.0%를 기록해 연간 기준으로도 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2%로 8월(4.3%)보다 소폭 하락했다.
환율도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어 심의관은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됐지만 환율 상승이 만만치 않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한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긴축 기조 강화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환율, 산유국 감산으로 물가 상방 요인이 잠재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