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또 다시 '핵' 언급..."핵 전쟁 위기 고조"

러시아 본토 이틀째 피격에 '핵, 방어 수단' 강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크렘린궁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크렘린궁 갈무리.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떨어진 군사시설 등 러시아 본토가 이틀째 공격당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 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러시아가 방어 수단이라는 명분을 쌓음에 따라 확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TV로 방송된 인권이사회 연례 회의에서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앞선 핵무기들을 갖고 있지만, 이들을 휘두르고 싶진 않다. 우리는 그런 무기를 억지 수단으로 간주한다"면서도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와 동맹을 방어할 것"이라고 방어 수단임을 재차 강조했다.

또 푸틴은 "우리는 미국처럼 다른 나라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았다"며 선제적인 핵 위협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치지 않았다. 우리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전쟁 위험의 책임은 서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거친 푸틴의 발언을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권하지도, 지원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핵무기와 관련해서 '절제되지 않은 발언'은 절대적으로 무책임하다"며 "핵 위협이나 전술핵 무기 사용 가능성 시사는 무책임하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냉전 이후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근본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푸틴을 비판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은 본토가 이틀 연속 피격당함에 따라 나왔다. 지난 5일 러시아 랴잔주 랴잔시, 사라토프주 엥겔스시의 군사 비행장 2곳에서 폭발이 일어나 3명이 숨지고 비행기 2대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랴잔과 엥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지역으로,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사건이 드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7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규모 공습을 가했으나, 지난 6일에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주의 비행장이 드론 공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푸틴은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으며, 크렘린궁은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 공격에 맞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