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IT법]<45>위믹스 가처분 결정의 법적 분석 및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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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지원종료(이하 '상장폐지') 관련 분쟁은 과거 몇 차례 있었지만 위메이드 측이 제기한 가처분 사건(2022카합21695 등)처럼 언론이 집중된 적이 없었다. 지난주 위메이드 측의 패소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위메이드 측이 항고를 한 상태이고, 이런 류의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위믹스 가처분 결정을 분석하고 그 결정으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사실관계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지난 10월 17일 위메이드 측이 담보 대출을 위해 제3자에게 제공한 위믹스 수량이 '유통량'에서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거래소 측은 담보대출을 위해 제공된 위믹스 유통량 계산에 대한 소명을 18회에 걸쳐 요청했다. 동시에 닥사는 24일 거래지원분과 자문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 측은 지난달 24일 세 가지 사유를 들어 위믹스 거래 종료를 결정했다.

거래소 측이 문제삼은 거래 종료 사유는 세 가지다. ①위믹스의 유통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이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인 점 ②투자자들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점 ③소명기간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발견되고, 중요 정보에 관한 정정 또는 수정이 발생하는 등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점.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①이라 할 수 있다.

가처분 재판부는 거래소의 상장폐지가 위법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상장폐지에 대한 거래소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거나 부정한 동기·목적에 의해 이뤄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이다. 이 법리의 벽이 유지되는 한 구조적으로 가상자산의 발행회사가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가처분 재판부는 가상자산의 유통량에 대한 법리를 설시했다. 재판부는 “가상자산의 경우 주식의 내재가치에 대응되는 개념을 상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이에 수요·공급 원칙에 크게 의존해서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통량'은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발행인 측은 아무런 추가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도 계획된 유통량을 넘어 시장에 형성된 가격으로 가산자산을 유통시킴으로써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에 이로 말미암아 투자자로서는 유통량 증가에 따른 가상자산의 시세 하락 등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된다”라고도 판시했다.

가상자산 유통량에 대한 판시는 이전 판결에서도 발견된다. 서울고등법원 2022년 5월 26일 선고 2021노463 판결은 발행회사(피해자) 몰래 가상자산을 매도·유통시킨 개발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인정한 적이 있다. 이 법원은 피해자 몰래 가산자산을 매도·유통시킴으로서 개발자는 이익을 보고 반대로 피해자는 손해가 났다고 본 것이다.

즉 가상자산 유통량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유통량이 예측 없이 증가하면 그로 말미암아 유통시킨 사람은 이 때문에 이익을 보지만 그 외 사람들은 불측의 손해를 보게 돼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처분 사건의 핵심 쟁점은 ①위믹스의 유통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이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인지 여부다. 이 점에 대하여 가처분 재판부는 위메이드 측이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대출 목적으로 제공한 3580만개 물량을 유통된 것이라고 보았고, 위믹스파이 서비스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예치한 400만개 위믹스 가운데 이미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 159만918개 역시 유통된 것이라고 보았다. 즉 가처분 재판부는 3739만918개(=159만918개+3580만개)의 위믹스가 계획 유통량을 넘어 유통된 것이라고 보았고, 당시 위믹스 시가로 산정하면 약 934억원에 이르는 수량이기 때문에 중대한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측은 유통량은 '발행량에서 채권자에게 귀속돼 잠겨 있는 물량을 제외한 물량'으로 정의해야 하고, 3580만개의 담보대출 물량은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이 없어 유통량에 산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처분 재판부는 3739만918개의 위믹스는 다른 지갑으로 옮겨졌거나 실제 유통에 사용됐기 때문에 위메이드 측의 유통량 정의에 의해서도 유통량에 산입되며, 담보로 제공된 물량의 경우 담보로 제공된 위믹스 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면 대출채권자는 담보대출 물량을 제3자에게 처분해서 환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담보대출 물량은 시장에서 유통·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가처분 재판부는 나아가 ②투자자에게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점 ③소명 기간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발견되고 중요 정보에 정정 또는 수정이 발생하는 등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도 거래소 측의 주장이 사실일 개연성이 상당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리하면 가처분 재판부는 상장폐지가 위법하기 위한 요건으로 '상장폐지에 대한 거래소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거나 부정한 동기·목적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함을 언급했고, 유통량은 투자자 보호 및 부당한 이익 방지 등을 위해 거래소 등에 의해 엄정하게 관리·점검돼야 하고 나아가 담보대출 목적으로 제공된 물량은 유통량에 산입돼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가상자산에 관한 법리 가운데 확립된 것은 극히 일부이며, 많은 법리는 하나하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정립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처분 재판부의 판시 내용은 사정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지만 실제 뒤바뀌기 전까지는 존중돼야 할 것이며, 비즈니스를 할 때도 우선 따라야 할 기준으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oalmephaga@minwh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