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01〉기후위기와 대학의 역할

[ET대학포럼]〈101〉기후위기와 대학의 역할

올해 많은 대학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을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몇 해 동안의 학생 없이 고요하고 적막한 캠퍼스에서 학생으로 가득 찬 생기있는 캠퍼스가 됐다. 하지만 학생의 회귀와 함께 다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바로 대학 내 일회용품 사용량이다.

대학생은 학교에 등교하는 길에 커피를 구입한다. 대부분의 커피는 일회용 컵에 뚜껑, 슬리브, 빨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은 매일 적게는 한 잔에서 많게는 2~3잔까지 커피를 구입한다. 점심은 식당에서 먹기도 하지만 가볍게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삼각김밥을 먹거나 학교 주변에서 포장해 가져간다. 일회용 젓가락·포장지·비닐봉투 등이 또다시 쓰레기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학교를 오가다 보면 쓰레기통에 일회용 쓰레기가 넘치도록 담겨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포장음식이나 배달음식이 늘면서 대학 내 음식물쓰레기 문제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학의 교내에서 음식물쓰레기 및 일반 폐기물이 혼합 배출되면서 학교와 계약한 업체가 '수거 불가'를 통보한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대학 내 음식물쓰레기 양은 늘었지만 대학은 교내 음식물쓰레기 관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환경에 관심이 늘면서 개인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학생도 늘었지만 여전히 대다수 학생은 무겁고 번거로운 개인컵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탄소를 배출하고, 재활용 과정에서도 일회용 젓가락과 종이컵 등은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완전히 분해되는 데 20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쓰레기와 혼합 배출되는 재활용품은 음식물 등이 묻어 있거나 분리 선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소각 처리되며, 이는 또다시 탄소 배출을 늘린다. 얼마 전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고흐와 밀레 작품에 환경운동가들이 밀가루나 페인트를 뿌리는 퍼포먼스가 화제였다. 이들은 심각해진 지구의 환경오염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세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그들이 이런 방식을 동원한 이유는 그만큼 현재 환경오염으로 말미암은 위기가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과 학생 스스로 캠퍼스의 폐기물 문제 의식 아래 이를 줄이기 위한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로 웨이스트 캠퍼스' MZ회담에서 330명의 대학생들은 1회용품 없는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행동선언'을 발표하고 '탄소중립도시 서울' 달성을 위한 결의를 다짐했다. 학생들은 이날 MZ회담에서 제로 웨이스트 캠퍼스를 위해 필요한 분리배출, 자원순환 등 5개 주제에 대한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적극적 대응 방안을 제안했다.

제안은 컵 제로, 용기 제로, 포장 제로, 효율적인 제로 실천의 내용을 포함하고 서울시는 '제로 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 사업과 연계해 제로캠퍼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다회용기를 이용해 음식을 포장·배달하는 '제로웨이스트' 콘셉트를 캠퍼스에 적용한 친환경 캠퍼스로의 전환 필요성을 포함한다.

하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제로캠퍼스의 노력은 목격되지 않고 있다. 일부 대학생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도에도 대학 차원의 관심과 참여는 미미한 상황이다. 최근 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대학기구의 ESG 경영이 화두다. 교내 구성원의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으면서 가시적인 환경 보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학 내 1회용품 사용에 대한 문제 의식을 발동해서 이를 구성원의 힘으로 줄여 보려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지현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