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기획 발표가 있다는 사실을 회의 한 시간 전에 알게 된 직장인 A씨. A씨는 당황하지 않고 컴퓨터를 우선 켰다. 챗GPT와 워드를 열어 회의 주제인 'A 제품 마케팅 방안' 기획안을 만들어 달라 주문하자 수 초 만에 그럴싸한 기획안이 완성됐다. 파워포인트 창을 열고 10페이지짜리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해달라 명령하고 커피 한 잔을 뽑아왔다. 기획안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일부 수치와 사실관계 등만 확인하고 A씨는 여유롭게 회의에 참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주요 서비스에 접목하면서 AI와 인간의 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MS는 지난 17일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공개하고 자사 업무 생산성 도구 전반에 차세대 AI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등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앱에 코파일럿이 내장돼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새로운 기능인 비즈니스챗에도 적용된다. 비즈니스챗은 사용자 데이터(캘린더, 이메일, 채팅, 문서, 미팅, 연락처 등)를 활용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가 “제품 전략을 어떻게 업데이트했는지 팀에 알려줘”와 같은 자연어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비즈니스챗은 오전 회의, 이메일, 채팅 히스토리 등 사용자 앱의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데이트 상황을 생성한다.

워드를 사용하면 코파일럿이 사용자를 위해 글을 작성, 편집, 요약, 창작해준다. 파워포인트에서는 간단한 자연어 명령만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준다. 아웃룩에서는 코파일럿이 받은 편지함을 알아서 통합, 관리해 사용자가 실제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한다. 팀즈에서는 코파일럿이 미팅 주요 논의사항을 실시간 요약하거나 놓친 부분을 알려준다. 파워플랫폼에서는 모든 기술 수준의 개발자가 로코드 도구로 개발을 가속하고 능률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개발자들은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챗봇을 생성하며 앱 개발도 몇 분만에 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산성 증대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도 최근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새로운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지메일의 스마트 편지쓰기, 구글 닥스 자동 요약과 같은 기존 AI 기능에 이어, 새로운 글쓰기 지원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원하는 주제를 입력하기만 하면 초안이 즉시 완성되며 몇 번의 클릭만으로 메시지 정교화와 축약, 어조 수정 등이 가능해 메일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단축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GPT-4 등장도 AI와 협업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에 생성AI 시대 윤리문제 대응 관련 기획 기사를 위한 기획안을 주문하자 GPT-3.5 버전의 경우 △생성 AI의 개요 및 발전 △생성 AI의 윤리 문제 △생성AI의 윤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 등 간단한 기획안에 그쳤다.
GPT-4 버전은 서론(생성AI 기술의 발전과 윤리 문제의 등장)부터 △생성AI와 관련된 주요 윤리 문제 △업계의 윤리 대응 전략 △정부 및 국제 기구의 역할 △윤리적 AI를 위한 미래 발전 방향 등 본론과 맺음말까지 제시했다. 본론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서술해야 할지 간단한 소주제까지 담았다. 기획안을 바탕으로 기획기사를 작성해도 손색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
미국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생성AI가 어떠한 형태로든 생산성과 경제 혁신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에서 “생성AI는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돼 작업 방식을 재창조할 것”이라면서 “모든 종류의 회사와 산업 내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방식을 재창조할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