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세계 로봇 3대 강국으로 가는 길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인구 감소, 초고령화 사회, 4차 산업혁명, 디지털전환, 비대면 사회, 기술 패권 이슈에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 여러 요인으로 로봇 수요는 각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5세대(5G)·6G 통신, 이차전지 등 관련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과 함께할 미래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국내외 여러 글로벌 기업 특히 자동차, 전자, 물류 기업들이 로봇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에도 첨단로봇이 포함돼 있는 등 세계 로봇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5대 로봇 시장에 포함되며, 로봇 밀도는 세계 1·2위 등 고무적인 통계도 있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세계 로봇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이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배관청소로봇 연구장면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배관청소로봇 연구장면

세계 로봇시장에서 점유율이나 내용에서 1~3위 국가와의 차가 매우 크며, 아직도 해외 부품 의존도는 약 57%나 된다. 가성비 측면에서 중국 로봇 제품이 서비스로봇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ICT)·이차전지 등 일부 첨단기술 분야는 최고 수준이지만 AI 등 다른 분야에서는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적 부분은 휴머노이드, 수술로봇 등 여러 분야의 세계 로봇경진대회에서 1위를 하는 등 그동안 국가 투자를 통해 우수 연구인력을 양성했다는 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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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6개 분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초격차 원천기술 확보 △인재 양성 △생태계 구축 △핵심부품 국산화 또는 신기술 개발 등 가격 경쟁력 확보방안 모색 △인증·실증 △특수목적 로봇 장비 개발 및 정부 지원 사업 우선 사용으로 실적 확보 및 해외 진출 추진 등이다.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여러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오토노머스 모빌 머니퓰레이션'(AMM), '멀티로봇시스템'(MRS), '코그니티브 휴먼로봇 인터렉션'(C-HRI) 등 세 가지는 아직도 초격차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인력은 로봇 개발부터 현장 설치·운영을 위해서는 연구인력, 생산인력, 설치 시스템통합(SI) 인력, 유지·보수를 포함하는 현장 운영인력 등 4개 분야의 우수 인력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SI 인력과 현장 운영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 국내 중소기업의 자동화 및 로봇 확산에 큰 장애 요인이기도 하다. 2020년 5월 산업자원통상부 지원사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전용 건물 준공식을 치른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로봇직업혁신센터와 같은 로봇 현장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생태계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매스로보틱스(MassRobotics), 피츠버그 로보틱스(Pittsburgh Robotics), 실리콘밸리 로보틱스(Silicon Valley Robotics)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로보틱스클러스터연맹(USARC)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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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글로벌 대기업의 로봇사업 시작으로 국내 로봇 및 부품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건강한 생태계 형성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핵심부품 국산화 또는 대체 기능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인증·실증도 필요하다. 수중 건설 로봇과 같은 특수목적 로봇 장비의 경우 세계 시장에 진입하려면 가격 경쟁력보다 사용 실적(트랙 레코드)이 더 중요하다.

이 밖에도 규제 이슈가 있지만 로봇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개선돼 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6개 분야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 지속돼야만 향후 국내에서 유니콘 로봇 기업이 나오는 등 세계 로봇 3대 강국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여준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yuh.junku@kiro.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