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는 왜 드라마보다 스포츠 중계에 매진할까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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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연진아”

최근 큰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속 잘 알려진 대사 중 하나죠. 지난 1월, 더 글로리가 공개된 후 최근까지 더 글로리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덕에 가장 크게 웃은 건 아마도 넷플릭스일 것 같은데요. 실제로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더 글로리 파트1이 공개된 후 한 달 간 넷플릭스 앱 사용자 수는 지난해 11월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지난 10일,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됐을 때 반응은 더 뜨거웠습니다. 국내 넷플릭스 앱 일간 이용자 수는 전날보다 약 56% 증가했는데요. 이처럼 OTT 업계는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로 성패가 갈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OTT 플랫폼 모두가 오리지널 콘텐츠 육성에 힘을 쓰는 모습이에요.

모두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할 때 스포츠 중계 힘주는 쿠팡플레이

출처: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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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두가 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을 줄 때 쿠팡플레이만은 다른 길을 걷는 모양새입니다. 쿠팡플레이는 다른 OTT와 달리 스포츠 중계에 ‘진심’이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아예 안 만드는 건 아닙니다. 최근까지도 드라마 ‘미끼’를 공개하며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도 쌓아가고 있어요.

다만 스포츠 중계에 더 힘을 주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손흥민이 활약 중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경기를 중계했어요. 이어서 올해는 K리그 전 경기 디지털 독점 중계와 F1 중계를 알렸습니다. 또 이강인 선수가 활약 중인 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 라리가도 다가오는 8월 개막하는 시즌부터 독점 중계한다고 밝혔죠.

출처: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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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스포츠 중계에 몰입하게 된 건 스포츠 중계로 어느 정도 재미를 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쿠팡플레이가 토트넘 내한 경기를 단독 생중계한 날, 무려 45만 건의 쿠팡플레이 앱 신규 설치가 발생했어요. 토트넘과 팀 K리그 경기는 무려 184만명의 유니크 뷰어(UV)를 기록했습니다. 유니크 뷰어는 중복 없이 1회 이상 경기를 재생한 고객을 말해요.

이어서 토트넘과 세비야 FC 중계는 110만 명의 UV를 기록했습니다. 쿠팡플레이가 중계한 두 경기를 모두 합쳐 약 300만 명이 시청한 거죠. 물론 손흥민이라는 스타 선수의 팀 경기라서 많은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여기서 가능성을 봤고, 이제 스포츠 중계 범위를 K리그와 라리가, F1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를 통해 뭘 얻으려고 하는 걸까요.

쿠팡플레이, 여성 시청자층 더 많아…스포츠 중계로 시청자층 다양화 노려

출처: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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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로 남성 시청자를 늘려 시청자 다양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여요. 실제로 올해 1월 기준, 쿠팡플레이의 시청자층 성별을 살펴보면 여성 58%, 남성 42%로 여성 시청자가 더 많았는데요. 여기엔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의 혜택이라는 성격이 강한 탓이 큽니다. 월 4990원을 지불하는 쿠팡 와우 회원이라면 누구나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유료 멤버십 경험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쿠팡 와우 회원도 여성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거죠. 이렇다 보니, 쿠팡플레이도 여성 시청자가 더 많은 상황입니다. 쿠팡 와우 회원이 결국 쿠팡플레이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죠.

대게 드라마와 예능 등의 콘텐츠가 여성 시청자 비중이 높습니다. 반면 스포츠 팬은 남성 비중이 더 높아요. 실제로 지난 2021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팬은 남성 54%, 여성 45.9%로 남성의 비중이 더 높았어요. 물론 배구와 농구 등의 일부 종목에서는 여성 팬층이 더 높았습니다. 다만, 쿠팡플레이가 집중 공략 중인 K리그는 수원FC를 제외한 모든 팀이 거의 7:3~6:4의 비중으로 남성이 많았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적자만 쌓이는데…투자 대비 효과 큰 스포츠 중계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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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는 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투자 대비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됩니다. OTT 업계는 경쟁 심화로 콘텐츠 제작 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가입자 2위인 티빙도 지난해 76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플랫폼 중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흑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로 가입자를 늘리는 데엔 성공했을지 몰라도, 수익성을 개선하지는 못한 거죠.

실제로 이용자를 매료시킬 ‘킬러 콘텐츠’에는 상당한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쿠팡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였던 드라마 ‘어느 날’은 총제작비 1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어요. 지난해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안나’ 역시 구체적인 제작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어느 날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쿠팡플레이
출처: 쿠팡플레이

문제는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어야 이용자의 구독 중단을 막을 수 있어요. 넷플릭스 코리아는 지난해 총 11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했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쿠팡도 오리지널 콘텐츠로만 승부를 보려면 매년 1000~12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해서 콘텐츠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게다가 어쩌다 하나가 성공한다고 해도, 화제성이 떨어지면 구독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아요.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스포츠의 경우는 다릅니다. 물론 스포츠 중계에도 드는 비용이 결코 작진 않아요. 지난 2021년 쿠팡플레이가 도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할 때 지불한 중계권료만 500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K리그 중계권료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2021년 K리그가 얻은 중계권료인 112억원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돼요.

그런데, 스포츠 경기는 한 시즌이 거의 1년 동안 진행되고 스포츠 팬이라는 고정 시청자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드라마보다 '락인 효과'가 큽니다. 한 번 투자로 드라마보다 더 장기간 가입자를 묶어둘 수 있다는 거죠.

월드컵 이후 역대급 흥행의 K리그…쿠팡플레이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게다가 쿠팡플레이가 올 시즌 독점 디지털 중계하기로 한 K리그는 출범 40년 만에 역대급 흥행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관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7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1의 1, 2라운드에 모두 16만 2865명, 평균 1만 3572명의 관중이 찾았어요. 이는 지난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기록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관중이에요. 지난해 말 진행됐던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계속되고 있고,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 제약 없이 시즌을 시작한 게 흥행의 원인으로 분석돼요.

쿠팡은 K리그 중계에 꽤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17개의 카메라를 투입해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했고, 경기 전 프리뷰 쇼를 진행하면서 마치 프리미어 리그를 연상케 했습니다. 실제로 쿠팡플레이의 중계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꽤 긍정적이에요. 기존의 스포츠 중계의 틀을 깨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아요. 그렇기에 역대급 흥행의 K리그와 쿠팡플레이의 시너지도 기대가 됩니다. 과연 쿠팡플레이는 스포츠를 통해 OTT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