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알뜰폰 경쟁력 강화 대책 중 독립형 알뜰폰(풀MVNO)에 적용될 망 용량 기반의 '대역폭 과금 방식'이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자체 설비를 갖춘 풀MVNO에게 독자적 상품설계 권한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부여해 통신시장 실질적 경쟁자로 키운다는 구상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풀MVNO에게 대역폭 과금제 형태의 도매제공 방식을 추가한다.
이달부터 도매제공·상호접속 고시, 시행령 개정 등 후속절차에 착수해 하반기 제도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알뜰폰 도매제공 방식은 종량형(RM)·수익배분형(RS) 두 가지다. 종량형은 메가바이트(MB)·기가바이트(GB) 등 데이터 사용량 기반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수익배분형은 재판매하는 요금제 수익을 이통사와 나눠갖는다. 어느 쪽이든 원가 구조가 이통사 요금 체계에 종속되는 한계가 있다.
반면 대역폭 과금제는 과금 단위를 사용량이 아닌 메가비트(Mbps)·기가비트(Gbps) 등 망 용량으로 바꾼다. 이통사와 알뜰폰 간 데이터 교환 설비를 직접 연결하고 확보한 전송 용량만큼 정액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다.
완제품을 받아 진열하던 사업자를 원재료를 확보해 직접 상품을 만드는 주체로 전환시키는 효과다. 풀MVNO 사업자는 확보한 용량 범위에서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 정책, 요금 구간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어 이통사에 없는 상품 설계가 가능해진다.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에서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경쟁으로 축을 옮기겠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기존 RM·RS 방식은 수요 변동 위험은 적지만 가입자를 늘려도 원가가 비례해 늘어나는 탓에 수익성을 끌어올릴 여지가 제한된다. 반면 대역폭 과금은 유휴 용량만큼 손실을 떠안지만, 용량 내에서 처리하는 트래픽이 늘수록 회선당 원가가 낮아진다. 투자할수록 원가 경쟁력이 커지는 셈이다.
차별화된 상품 설계도 가능하다. 출퇴근 시간대 최대 트래픽에 맞춰 용량을 확보하면 이용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여유 용량이 남는다. 이미 대가를 지불한 용량인 만큼 이 구간을 활용한 상품은 사실상 추가 원가 없이 설계할 수 있다. 심야 시간대 데이터 무제한, 사물인터넷(IoT)·세컨드 디바이스 전용 요금, 시간대별 한정 할인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망 연동 의무사업자를 이통 3사로 확대하고 기존 기간통신사업자 기준의 상호접속 요건도 독립형 특성에 맞춰 완화할 방침이다.
다만 확보한 용량을 채울 가입자 기반과 초기 설비 투자를 감당할 체력을 갖춘 알뜰폰사가 많지 않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기존에 없던 망 용량 도매대가 산정 원칙을 어떻게 설계할지도 과제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데이터 원가만 분리한 망 원가에서 적정 이윤을 더한 뒤, 이를 미래 예측 대역폭 수요로 나눠 Mbps당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원칙을 수립했다. NTT도코모 등 현지 이통 3사는 기본 용량 10Mbps에 1Mbps 단위로 추가 용량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도매대가를 매기고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