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선도 국가 도약'을 천명한 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 실현을 가속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전 부처가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초거대 인공지능(AI) 등 민간 첨단기술 도입을 확대해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국민 편익 증대는 물론 산업 간 융합에 따른 국익 향상이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거버넌스 개편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플정 1년, 의미있는 성과 늘어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은 민간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맞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 추진되고 있다.
△데이터 개방과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제도 폐지 △부가가치 높은 데이터 활용 촉진 △부처 간 유기적 업무 프로세스를 위한 민관·부처·중앙정부 협력 강화 △블록체인, AI, 양자암호통신 등 보안기술 도입 등이 병행된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민관협력 플랫폼으로서 디플정 역할을 주문한다. 이를 위해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 민간기업 서비스와 융합된 공공서비스 제공을 지원한다. 운영 환경을 클라우드로 전환해 서비스 최적화를 추진한다.
의미있는 성과도 나왔다. 민간 앱을 통한 공공서비스 개방을 통해 토스 등 민간 플랫폼에서 여러 기관에 분산된 주택청약 정보를 한 번에 안내받을 수 있게 됐다. SRT 기차 승차권과 자동차 검사 등도 민간 앱이나 웹을 통해 예매, 예약할 수 있다.
고진 디플정위원회 위원장은 “디플정 파급 효과가 가치 증가와 비용 감소로 더욱 확장할 것”이라면서 “(민관·국민 모두) 더 많은 혜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특별법' 제정 시급
디플정의 성과를 전 부처로 확산하고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플정은 고품질 공공데이터에 기반하는 만큼, 법률을 통해 데이터 칸막이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활용·공유토록 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세기본법, 학원법 등 주요 개별법령은 데이터의 목적 외 이용을 금지한다. 법률상 비밀·비공개 대상이 아닌데도 기관이 소극적으로 해석하거나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데이터 활용·공유를 저해하는 낡은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승현 디플정위원회 플랫폼데이터혁신국장은 “그동안 공공데이터법, 정보공개법 등에서 데이터 공유·개방을 추진했지만 실질적·효율적으로 작동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데이터 활용·공유를 고려하지 않은 법·제도는 인공지능(AI)·데이터 시대에 맞게 근본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디플정위원회는 가칭 '디지털플랫폼정부 특별법' 제정에 착수했다. 특별법은 정부기관 모든 데이터의 공유·개방을 원칙으로 예외 사항은 개인정보·영업비밀·국가안보 등으로만 한정토록 정의할 방침이다.
또 모든 법령이 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개정되도록 의무화한다. 과정에서 새로운 데이터 칸막이 법령이 생성되지 않도록 법령 제·개정시 '데이터 공유·활용 영향평가'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한 공무원에게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하는 규정을 담기로 했다. 적극 행정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디플정위원회 정보보호분과위원회장)는 “디플정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다만 대통령 보고 등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법안에 담길) 구체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차경진 한양대학교 교수는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원스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가명 데이터가 민간 플랫폼과 연결돼야 하지만, 현재는 부처 간 데이터 연결마저 쉽지 않다”면서 “디플정을 조기에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잘 연결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내용이 (특별법에) 담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버넌스 개편해 연속성 확보 필수
업계 안팎에서는 디플정이 단기에 끝날 수 있는 과제가 아닌 만큼, 중장기적으로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 열쇠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디플정을 우리나라 고유 브랜드로 육성해야 국민 편익을 높이고 수출에 따른 국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버넌스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데이터 공유·활용만 해도 분야별, 부처별로 제각각인 탓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현행 체제에서는 정부 시스템 담당자가 중간에 바뀔 가능성도 크다. 디플정 사업을 수주한 기업은 새 담당자 입맛에 따라 개발이나 운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떠안는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민간위원)은 “부처 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술전담 조직과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절실하다”면서 “위원회에서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진 디플정위원회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디플정 성공을 위해) 어떤 거버넌스가 바람직할 지 고민할 시점이 왔다”면서 “(디플정 근간인)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