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위조상품이 불러온 이커머스의 위기

[ET단상] 위조상품이 불러온 이커머스의 위기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시장의 위조상품(짝퉁) 유통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해외 명품가방, 의류는 기본이고 소변이 들어간 향수에다 국회의원 뱃지까지 온라인 플랫폼과 SNS 등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걸 보고 많은 국민이 경악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과 SNS 운영사 대표들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돼 해명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장 주도권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이동했다.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위조상품 규모도 급증해 소비자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OECD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세계 온라인 쇼핑몰에서 거래된 위조상품 규모는 1000조원으로 추정되며, 그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위조상품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판매상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위조상품 판매와 관련해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내놓은 소비자 보호제도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실정이다. 온라인 시장은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성장한다. 지금처럼 위조상품이 온라인 시장에서 활개친다면 신뢰 상실로 조만간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온라인 시장에서 위조상품 유통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온라인 시장 위조상품 단속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KOIPA)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20만건의 위조상품 판매게시물을 차단했다. 알리바바, 라자다 등 해외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26만건의 K-브랜드 위조상품을 차단했다. 날로 지능적으로 진화하는 위조상품 유통 조직에 대응해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재권 보호 전문인력도 확충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

관련 법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위조상품 사전 필터링을 강화하고, 판매 사이트를 신속히 차단하며, 상습 판매자의 계정을 영구 폐쇄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다하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책임을 경감해줘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데 조속히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 시장은 시·공간과 국경을 초월하는 만큼 국제 대응역량도 갖춰야 한다.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해외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한 위조상품의 거래가 국내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KOIPA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도 단속 정보를 교환하고 문제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내년부터 KOIPA가 운영을 맡을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가 우리 수출기업의 K-브랜드 보호와 위조상품 대응의 전초기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 재빨리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대응하는 피보팅(Pivoting)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 온라인 시장을 교란하고 국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위조상품에 대처하는 데 국회와 정부도 피보팅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위조상품에 대한 단속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법·제도 정비와 국제적 대응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비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이다. 아무리 값이 싸도 위조상품, 짝퉁을 단호히 배격하고 다른 이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공정한 소비자 곧, '페어슈머(Fairsumer)'가 돼야 한다.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 iprkhan@koip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