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금융 플랫폼, 이용자 중심으로 다시 점검하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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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비교·추천서비스가 새해 초 시작된다. 이용자들은 자동차 보험을 메인으로 해외여행자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 등을 비교하고 간단한 절차를 거쳐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비교·추천서비스는 이른바 '금융 플랫폼' 일환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용자들이 일일히 개별 금융사를 찾지 않아도 혹은 사람과 대면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금융 플랫폼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올해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대환대출과 예·적금 비교서비스가 시작됐고, 내년 초에는 보험비교·추천 서비스를 비롯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환대출이 순차 시행된다.

금융 플랫폼 취지는 복잡한 금융 서비스를 한 곳에서 쉽게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금융사끼리 차열하게 경쟁하느라 자칫 이용자가 정보에서 소외되거나 자기 주도적 결정을 할 수 없었던 폐단을 없애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다. 곳곳에 흩어진 이용자 금융정보를 한 곳에 모아놓는 마이데이터와 연결돼,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제 금융플랫폼이 개화하는 시점에서, 금융당국은 당초 취지에 부합하게 금융 플랫폼 생태계가 구성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 간 주도권 다툼이나, 빨리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가장 중요한 목표인 이용자 편의가 후순위로 밀리진 않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새해 시작될 보험비교·추천서비스에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에서 비교·추천받은 상품 가격과 실제 가입 가격이 다를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표준 API 논의에서 특약 정보와 정보 정합성 검증이 빠진 탓이 크다. 핀테크 업계와 보험업계는 플랫폼 제시 가격과 실제 가입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조항을 서비스 내에 노출하기로 했지만, 이용자가 얼마나 이를 이해해줄지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보험비교추천·서비스를 통한 가격이 기존 사이버마케팅(CM)·다이렉트 가입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보험업계과 핀테크 업계 산 주장과 근거가 엇갈리지만, 보험사가 비교추천·서비스 수수료를 반영한 별도요율을 적용해 가격을 높이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중소 핀테크 업체는 자본력이 큰 경쟁사가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을 고려 중이다. 경쟁 플랫폼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는 이용자를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급한 두 경우 모두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플랫폼을 통해 가입할 필요가 없다. 결국 플랫폼에서 비교하고 실제 가입은 보험사 홈페이를 별도로 연결해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 같은 현안에 시장경쟁을 이유로 별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출범만 하면 된다'라든가 '플랫폼과 서비스를 열어준 것 만 해도 규제를 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플랫폼 서비스는 갓난아기와 같다. 작은 외풍이나 예기치 못한 돌풍에 큰 덩치의 서비스가 흔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물며 아직 시작하지 않거나 초기 단계인 서비스는, 민감도가 높고 내구성이 낮은 이중고를 당분간 버텨야 한다. 디테일을 놓치면 기능을 원상복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조금 더 깊게 현안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금융사와 핀테크, 둘 중 누구의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관점에서 어떤 것이 더 편리하고 효과가 높은지 살피라는 이야기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세심함이 '관치 금융'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계기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