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5건 '줄줄'…기술유출 벌금 65억 물린다

산업부, 지난해 총 28건 적발
처벌수위 강화·현장애로 해소
상반기 수출 심사절차 간소화
하반기 '중장기 종합계획' 예고

반도체 15건 '줄줄'…기술유출 벌금 65억 물린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연도별 해외유출 적발건수

지난해 반도체 15건 등 기술 유출이 잇따르자 정부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관리·심사를 강화한다. 이와 함께 기업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는 완화해 현장 애로를 해소하고 기술 보호는 강력히 추진한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기술 수출 심사절차 간소화 방안을 상반기 마련한다. 또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기존 격월 개최에서 매월로 변경해 심사기간을 단축한다. 산업부는 이르면 다음달 무역기술안보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중장기 국가핵심기술 보호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제5차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을 하반기에 내놓는다.

산업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지난 2016년까지 누적 25건이 적발됐고 2020년 17건, 2021년엔 22건, 2022년 20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산업기술 23건, 국가핵심기술 5건 등 총 28건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다.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수치다.

국가별 유출 현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사된 자료는 없지만 중국으로 기술 유출 비중이 늘고 있다. 산업부는 관계자는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증가하고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며 “외국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한 후 기술 인력을 고용해 기술을 취득하거나,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인수한 국내 기업의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 기술 유출이 심각했다. 작년 기준 전체 23건의 적발 건수 중 절반 이상인 15건이 반도체 분야에서 적발됐다. 디스플레이, 자동차, 생명공학, 전기전자 분야가 각각 3건, 3건, 1건, 1건이다.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해 처벌 범위를 강화하고 이를 막기위한 예방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처벌구성요건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하고 해외유출범죄 벌금을 현재 15억원 이하에서 65억원 이하(국가핵심기술), 30억원 이하(산업기술)로 상향한다. 또 기술유출 브로커도 처벌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넓히고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한도를 3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기술유출을 사전에 막기 위한 관리와 심사도 강화한다. 기업이 신청하지 않아도 정부 판단에 따라 특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판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판정신청통지제'가 신설된다. 고의 뿐 아니라 과실에 의한 불법 수출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판정신청통지제 도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술탈취 목적으로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설립한 후 불법적으로 기술을 유출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또 기술보유제도를 몰라 유출된 경우도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국내 핵심기술 보유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외국인에게 공동신고를 요구하는 의무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현행법상 신고자는 피인수기업 뿐이지만 개정안에서는 인수자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적대적인 M&A도 국내 기업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며 “통상 인수합병은 투자자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통하고 수용해 법안 통과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