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2〉초코파이 정,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국민과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익숙한 멜로디와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은가요? 네, 맞습니다. 바로 '초코파이 정'을 대표하는 CM송의 일부 가사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인 정(情)을 느낄 수 있는 광고를 통해 단순한 간식거리를 넘어 그 이상의 이미지를 갖게 된 초코파이 정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초코파이 정은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지났지만 인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초코파이 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
오리온 초코파이 정

대한민국 최초로 오리온에서 출시한 초코파이는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부드러운 비스킷이 씹히고, 그 뒤에 바로 느껴지는 달콤하면서도 쫀득한 마시멜로가 입 안을 가득 채우지요. 현재 초코파이 정은 초코파이의 보통명사가 되어 '국민 과자'로 떠오르며 한국 제과계를 대표하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국군장병을 포함하여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과자로서 온 국민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장수하고 있는 브랜드의 하나입니다.

초코파이의 시작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리온의 모태인 동양제과에서 1974년에 최초로 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초코파이는 미국의 채터누가 베이커리에서 출시한 '문파이(Moon pie)'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이양구 전 동양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 맛에 강렬한 영감을 받고 귀국 후 2년간 개발에만 매달렸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출시하게 된 초코파이는 출시와 동시에 굉장한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 당시 한국에는 초코파이와 같은 형태의 과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카스텔라 혹은 단팥과 크림 등 비슷한 맛만 있던 것과 다르게 초콜릿과 마시멜로를 접목해서 새로운 판도를 제시하게 된 것이죠. 첫 출시 때 초코파이 가격은 개당 50원이었는데 라면 한 봉지가 20원 하던 때임을 감안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으나 수요는 점차 증가하였고, 연 매출 규모는 매년 급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죠.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오리온 초코파이와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초코파이 대결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러한 대결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크라운제과에서는 '쵸코파이'로 점 하나를 더 붙여 제품을 출시했고,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는 이름뿐만 아니라 맛과 모양까지 유사하게 출시하는 등 팽팽한 대결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오리온은 롯데제과를 상대로 상표등록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2001년 대법원은 “초코파이는 상표가 아니라 해당 과자류를 지칭하는 명칭”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초코파이는 어떤 이가 창작한 조어와 상관없이 해당 상품의 일반 명칭이 되어 상품의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당시 오리온에서는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등록을 했기 때문에 상표권 관련 소송에서도 패했습니다. 이처럼 초코파이는 이제 오리온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었고, 오리온은 오리지널이라는 명성을 잃을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은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우'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은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우'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이때 오리온은 위기를 기회로 삼게 됩니다. 오리온은 오히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게 됩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인 '정(情)'에 집중하였고, 가족·친구 혹은 이웃에 초점을 맞춘 감성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존 초코파이라는 이름에 정(情)을 덧붙였고, 2011년에는 지상파 TV 광고로는 최초로 2분짜리 광고영상을 내보냅니다.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기존의 15초 분량 광고는 너무 짧다는 판단 아래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고, 그 결과는 대중의 공감을 얻게 되면서 원조 초코파이이자 국민 과자로 등극하게 됩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꾸준한 개발을 통해 제품 차별성을 갖게 되고, 현재 초코파이 정은 오리온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게 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 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소매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파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인기가 새삼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초코파이 정의 인기는 한국에서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누비게 됩니다.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서 연간 20억 개가 팔리고 있으며, 러시아뿐만 아니라 베트남·중국·인도에서도 인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오리온의 차별화 마케팅 전략이 정확하게 통한 것입니다.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해서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명실상부 K-푸드로 한류 열풍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유난히 추운 날씨의 혹한기를 보낼 때 사람들이 주로 홍차를 끓여서 하루 내내 수시로 마시는데 이러한 씁쓸한 홍차에 달콤한 초코파이 정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 것이죠. 이른바 코리아 버거라는 애칭이 생기며 2006년에는 러시아 현지에 공장이 설립될 정도로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브랜드 평가 기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 고객 추천지수 파이 부문에서 오리온 초코파이가 1위에 선정되었고, 무려 5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정(情) 대신 인(仁)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를 빠르게 캐치해서 초코파이 인(仁)으로 이름을 바꾸어 판매하였고,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유(好麗友)'라는 브랜드로 판매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쇠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를 고려해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마시멜로를 개발했고, 그 결과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현지화에 성공하게 됐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초코파이 정의 인기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파이 시장에서 초코파이 정은 60%를 점유하고 있는데 오리온만의 뛰어난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운 날씨의 베트남에서도 상온 보관을 해도 제품의 맛과 식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현지인의 취향을 고려한 다크 맛을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선보이며 초코파이 정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세 뒤에는 언제나 짝퉁 문제가 이어지지요. 이러한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속속들이 짝퉁이 등장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생깁니다. 대놓고 'Choco Pie'라는 제품을 출시하며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인도에까지 수출한 베트남 회사가 생긴 후 베트남 특허청(NOIP)은 현지 업체에 상표권 침해 결론을 내렸지만 'Choco Pai'로 이름을 바꿔 유통하는 등 여전히 짝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출출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간식은 없고 떨어진 당을 빠르게 충전하고 싶을 때 한입 가득 베어 물기만 해도 짜릿하게 채워지는 달콤함을 선사하는 초코파이 정.

오늘은 평소에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전하지 못한 그 마음을 초코파이 정을 하나 조심스레 건네면서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초코파이 정이 펼쳐 나갈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 겸 변리사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 겸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