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버린 AI' 전략 늦기 전에 세워야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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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소버린 AI'가 부상했다. 고유의 데이터와 AI 기술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소버린 AI 기술 개발에 거의 모든 나라, 주요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공개한 'AI 하이프 사이클'에 소버린 AI를 기술 혁신 및 진화의 핵심 동력으로 추가했다. 하이프 사이클은 시장의 기대와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기술의 진화를 시각화하는 방법론이다. 이 사이클에 소버린 AI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특히 소버린 AI는 기술 촉발 단계에서 시장의 기대가 정점에 달하는 구간에 진입하는 시점의 핵심 기술로 분류됐다. 향후 5년 안에 소버린 AI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와 그렇지 않은 그룹과의 격차는 엄청나게 클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AI 전략을 소버린 AI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AI 시대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데이터를 외국 기업이나 기관에 의존하지 않을 기반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소버린 AI를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버린 AI 기반으로 AI 핵심 기술을 내재화해 고용을 유지하고, 기술 혁신과 산업 생태계 재편을 촉진할 수 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반도 된다. 아직 AI 기술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비영어권 국가는 '대한민국 플랫폼(K플랫폼)' 업체들의 소버린 AI 기술에 의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토종 플랫폼 업체들이 AI 시대에 대응할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경우, 2021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할 때부터 데이터 주권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고도화해 왔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전략적 협력도 기대된다. AI 시대 인프라를 사실상 석권한 엔디비아가 네이버와의 협력을 먼저 타진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소버린 AI를 중심으로 국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강점과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 냉철하게 살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까지 망라한 플랫폼 산업 생태계 활력을 높일 산업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치권은 플랫폼을 갑-을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을 거두고, 국가 안보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