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패션·뷰티업계도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원료·원부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업계 모두 수익성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서 활로를 적극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LG생활건강은 오휘, 숨, 비욘드 등의 브랜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오휘는 제품 119개의 가격을 1000~5000원 인상했다. 비욘드는 13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11개 제품, 어퓨 7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다.
인디 브랜드는 가격 인상보다는 제품의 양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아이패밀리에스씨가 운영하는 롬앤은 대신 제품을 리뉴얼하며 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롬앤의 인기 립 제품인 '쥬시 래스팅 틴트'는 지난해 11월 더 쥬시 래스팅 틴트로 리뉴얼 출시했다.
패션업계는 명품 브랜드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 가성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마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패션·뷰티 업계가 가격 인상 압박이 큰 이유는 주요 원부자재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료 수입에 대한 비용이 상승한다. 효율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 원자재 재고를 3~6개월치 보유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고환율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격 방어를 위해 원료 수입의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뷰티업계는 외국인을 공략한다. 높은 환율로 구매력이 높아진 외국인을 노려 고환율 여파를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CJ올리브영은 미국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붙였다.
주요 패션업계는 직수입 브랜드의 경우 본사와 협상하고, 국내 생산 브랜드는 원부자재 수입 대체제를 찾아 가격 인상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고환율이 반영될 여지가 크다”며 “원자재 대체제를 찾거나 하는 방식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해 물가에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패션업계는 내수 침체까지 겹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신규 시장을 추가로 개척한다. LF는 '헤지스'와 '마에스트로'를 내세워 베트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들은 고환율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에 생산 기반을 두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어 환율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