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이동통신 3사 대리점과 판매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동통신 3사 판매장려금 담합 조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과도한 과징금이 이동통신사들의 유통 정책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시장은 이통사들이 담합할 수 있을 만큼 그리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과도한 과징금이 물릴 경우 이동통신 유통만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염규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장은 서울 강동구 집무실에서 전자신문과 만나 최근 이동통신사업자의 지원금 담합 의혹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이통사들이 유통망의 실적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번호이동 시장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다. 이 시장을 이해한다면 담합 가능성조차도 얘기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동통신사들과 대리점들의 유통 정책이 날로 변하는 데다 알뜰폰 사업자들을 포함할 경우에는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염 협회장은 “공정위가 이러한 이동통신 시장의 특수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실관계를 오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전국 약 1만5000개 이동통신 유통점의 권익 향상을 위한 단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전국 대리점 협회와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로 구성됐다. 염규호 협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전국 유통점을 이끌게 됐다.
이들이 최근 공정위의 이동통신사 담합 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가 판매장려금·거래조건 등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최대 5조 5000억원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경쟁제한 효과, 통신시장 상황, 부당이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준을 판단할 예정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 또한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조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 여력이 줄어들어 이동통신사 대리점 및 유통점의 매출 감소와 폐업 사례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로 기대된 이동통신 유통 업계의 활성화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염규호 협회장은 “공정위가 주장하는 이동통신사의 담합 행위는 단통법을 지키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이라며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현재 상황에서 공정위가 제재만을 고집하면 경기는 더욱 악화하고 유통망·이용자 모두 피해를 본다”고 염려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올해 통신 경기 활성화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간 유통망과 관련한 정부·이통사들의 강압적인 제도를 없애고 협회 자체의 자정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패널티성 시장 모니터링을 폐지하고 계도와 교육성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할 예정이다.
염 협회장은 “특수 유통망 등 차별적으로 운영되는 부조리가 혁신되도록 할 것”이라며 “일반 대리점과 골목상권이 대다수인 유통을 무시하고 특정 채널에 장려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 시장 불균형을 만들고 대다수 유통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차별 정책과 각종 제도를 없애고 감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염 협회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시장 관리·감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토록 되어 있는데, 협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모니터링·차별정책 등 그간 불합리한 제도의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할 생각”이라며 “적극적인 노력에 정부가 소극적일 경우 항의방문 등 협회의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