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3대 강국(G3)' 달성을 위해 새 정부가 국가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 반도체 50만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5년 내 도래할 범용 AI(AGI) 시대와 AI 에이전트 활성화로 전국민 AI 활용을 대비하자는 취지다.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은 3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의 AI 공약 5대 주제 11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중국이 앞서가는 상황에 우리나라와 함께 글로벌 3강 후보인 영국·프랑스·일본·싱가포르 등과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담았다.
하정우 과실연 공동대표(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는 “최근 인퍼런스(추론)용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난다”며 “2030년까지 국산 NPU를 포함해 50만장의 AI 반도체를 확보해야 원활한 AI 서비스 제공은 물론, AI 분야 혁신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7년까지 3만장 규모로 조성되는 현행 국가AI컴퓨팅센터로는 차세대 AI 기술·서비스 개발 및 서비스 수요를 충당하기 부족하다는 취지다. 50만장은 메타 130만장, 마이크로소프트(MS) 180만장, xAI 100만장 등 빅테크 기업 AI 반도체 확보 목표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영국이 40조원, 유럽연합(EU)이 30조원, 일본이 90조원을 각각 AI 발전에 투자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실연은 우리나라도 향후 5년간 공공·민간·해외투자 등으로 재원을 마련, AI 분야에 최소 30조원 이상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0만장의 GPU·NPU를 기반으로 'AI 컴퓨팅 파운데이션(AICF)'을 구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AI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해야 3강 도전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거대언어모델(LLM)·AGI 등 AI 원천기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국가초지능연구소(ASI) 설립도 건의했다. 미국 알렌AI연구소(AI2), 중국 딥시크, 프랑스 큐타이, 영국 앨런튜링연구소 등과 같이 주요 국가가 중장기적으로 AGI와 미래 AI를 위한 원천기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전폭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것이다.
AICF 인프라와 ASI 연구로 확보된 AI 모델과 소스 등을 토대로 한국형 AI 오픈소스 생태계를 조성, 학계 R&D와 기업·스타트업의 AI 서비스 개발을 담보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다양한 B2C AI 서비스가 등장하는 우리나라 기업 역량을 고려하면 국산 AI 오픈소스 기반 보다 강력한 AI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과실연은 이외에도 병역특례와 AI 전문사관 등 제도 기반 최고 수준 AI 인재 확보, 모든 국민 대상 AI 교육 등 리터러시 강화, AI 전환(AX)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과 성장, AI 국가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국가AI정책연구소 추진을 요청했다.
또 국가 최고AI책임자(CAIO) 도입·AI디지털혁신부 신설 등 AI 거버넌스 혁신, AI 시대를 대비해 민간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정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 준비, 글로벌 AI 협력과 포용적 연대, AI 기술 기반 국방·안보 강화를 주문했다.
안준모 과실연 공동대표(고려대 교수)는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되는 상황을 고려, 출범과 동시에 AI 정책 방향을 담은 'AI 액션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 정부가 총선 직후 수립에 착수한 'AI 기회 액션 플랜',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 직후 준비된 EU의 'AI 대륙 액션 플랜'과 7월 발표 예정인 미국의 'AI 액션 플랜' 등 대외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국가 AI 전략 수립과 실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