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2차 회동도 빈손…보수 단일화 파국 치닫나

김문수 “청구서 들이밀 듯 단일화 요구” vs 한덕수 “일주일 미루자는 건 사실상 거부”
국민의힘 지도부, 예고대로 여론조사 강행

11일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하루 만에 다시 이뤄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2차 회동은 또 다시 결렬됐다. 여기에 김 후보가 법원에 대선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까지 내면서 당 지도부와의 내전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 커피숍에서 공개 회동을 가졌으나, 단일화 시점과 방식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김 후보는 “경선 절차를 모두 거쳐 당 공식 후보로 선출된 저에게 1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하라는 건 청구서를 들이밀듯 요구하는 것”이라며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선거운동 기간이 필요하다. 14일 토론, 15~16일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그러나 한 후보는 “지금 미루자는 건 사실상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당장 오늘 저녁이든 내일 아침이든 결단하자”고 맞섰다. 이어 그는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스물두 번 언급했던 분이 왜 입장을 바꾸느냐”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 지도부 개입설'을 놓고도 충돌했다. 김 후보가 “당 지도부가 한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하자, 한 후보는 “당과 단일화 논의를 한 적도 없다. 지도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날 회동은 김 후보의 일방적 공개 제안으로 성사됐다. 장소와 시점을 둘러싼 신경전 끝에 회담은 열렸지만, 합의 도출은 요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두 후보간 단일화를 사실상 강제 수순으로 전환한 상태다. 당은 이날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실시하며, 오는 11일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잇달아 열어 최종 후보 지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당 주도 단일화 과정을 시작한다”며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비대위원장인 제가 지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남부지법에 '대통령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도 신청했다. 전날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역시 서울남부지법에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향후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지도부의 단일화 로드맵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김 후보는 오후부터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대통령 후보실에 들어가 업무를 보는 것을 보란듯이 공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단일화 둘러싼 이견이 결국 보수 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의 동의 없이 당 주도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후보를 최종 후보로 지명할 경우, 후보 교체의 정당성 논란과 법적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1일 이전 단일화'에 실패해 한 후보가 최종 후보 등록을 포기하게 되면, 단일화 무산 책임론이 당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도 높다.

한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약 20명이 탈당해 '제3지대'에서 정당을 꾸린 뒤 무소속 한 예비후보를 영입,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당 대 당 단일화'를 추진하자고도 제안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