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뇌사자 간이식을 시작으로 간이식 수술이 생체 7502례, 뇌사자 1498례로 총 9000례를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단일 의료기관으로 세계 최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지는 간이식의 85%는 생체 간이식이다.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생존율을 담보하기 어려운 수술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 간이식 1년 생존율이 평균 92%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우수한 수치다.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형우엽 간이식은 전 세계 간이식센터에서 표준 수술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수술법은 이식되는 우엽 간에 새로운 중간정맥을 만들어 우엽 간 전 구역의 피가 중간정맥을 통해 잘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 해 30례에 그치던 생체 간이식이 100례를 넘겼고, 수술 성공률도 70%에서 95%를 돌파했다.
이승규 석좌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한 2대1 생체 간이식은 간 기증자와 수혜자 범위를 넓혔다.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 일부를 받아 수혜자에게 이식하므로, 기증자 간의 좌우엽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하거나 기증자가 고령인 경우에도 간이식이 가능하다. 그동안 650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 수술법으로 새 삶을 얻었다.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도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26례를 시행했다.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대등한 성적을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기증자 간 절제술시 복강경과 최소 절개술을 이용해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흉터를 최소화한다. 생체 간이식 기증자 중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는 한 명도 없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 국가의 간이식 자립을 위한 활동도 지속해오고 있다. 2011년부터 몽골과 베트남에 간이식을 전수해왔다. 그 결실로 몽골 국립 제1병원과 베트남 쩌라이병원, 호치민대학병원에서 간이식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몽골 국립 제1병원은 올해 2월 누적 생체 간이식 300례를 달성하며 완전한 간이식 자립을 이뤄냈다.
이밖에도 △2001년 터키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 △2004년 프랑스 최초(유럽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 △2006년 터키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 △2016년 중동 카타르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 △2019년 카자흐스탄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을 성공시켰다.
이승규 석좌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간이식 9000례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환자들”이라며 “간이식·간담도외과 집도의뿐만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소아외과, 소아청소년전문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장기이식센터 등 수많은 의료진이 '원팀'이 돼 환자들의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을 쏟아왔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