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재무부가 19일 오후 6시 45분(한국시간),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SCBx 컨소시엄'을 태국 가상은행 사업자로 최종 승인했다. 태국 가상은행은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지점 없이 디지털 기반으로만 운영되는 은행이다. 이번 인가로 외환위기 이후 27년간 막혀 있던 한국계 은행의 태국 진출이 다시 열리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컨소시엄은 태국 최초의 디지털 전용은행 출범을 목표로 한다.
SCBx 컨소시엄은 태국 3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의 지주사 SCBx를 주축으로, 한국의 카카오뱅크, 중국 텐센트 계열의 위뱅크가 참여했다. 카카오뱅크는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지분율은 인가 이후 확정된다.
태국은행은 지난해 9월까지 총 5개 컨소시엄으로부터 가상은행 설립 신청을 접수받았다.
카카오뱅크는 국내에서 축적한 사용자 중심 UI·UX와 AI 기반 금융 기술을 태국 시장에 이식할 계획이다.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디지털 기반 포용금융의 동남아 모델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태국은 인구 약 6600만명, 1인당 GDP 약 930만원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안정적인 금융 인프라를 갖춘 국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은 모두 철수했고, 이후 재진출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태국에서 영업 중인 국내 금융사는 일부 보험사, 캐피탈, 증권사 정도에 그친다.
특히 태국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 지점 설립 시 요구하는 납입 자본금 기준을 6억달러(약 8400억원)까지 높이면서 국내 은행의 직접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카카오뱅크의 태국 가상은행 인가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국내 디지털 금융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