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금속입자 '레고'처럼 분해·재조립하는 기술로 차세대 발광소재 개발

포스텍(POSTECH) 연구팀이 최근 금(Au) 나노클러스터(nanocluster)1)를 분해한 후 구리(Cu)와 다시 조립하는 기술로 기존보다 14배나 더 밝은 금속입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선아·서종철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나노클러스터'라 불리는 아주 작은 금속 덩어리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나노미터(㎚) 크기 입자 중에서도, 나노클러스터는 마치 분자처럼 원자 단위로 정교하게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 차세대 발광 소자, 바이오센서, 촉매 등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금 나노입자는 생체에 무해하고 안정적이어서 주목받고 있지만, 빛을 내는 효율이 낮아 실용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왼쪽부터) 박선아 화학과 교수, 통합과정 김문정, 통합과정 박상황, 서종철 교수)
(왼쪽부터) 박선아 화학과 교수, 통합과정 김문정, 통합과정 박상황, 서종철 교수)

연구팀은 '분해-재조립'이라는 창의적 접근법을 활용했다. 먼저, 금 나노클러스터를 머캅토벤조산으로 조각조각 분해한 다음, 사이사이에 구리(Cu)를 끼워 넣어 '금-구리 합금 나노클러스터'로 다시 조립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나노클러스터는 원자 단위에서 정교하게 설계해 기존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낼 수 있게 한다.

특히, 이 조립 과정을 실제로 관찰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전기분무 이온화 질량분석(ESI-MS)과 광학 분광법을 이용해, 나노클러스터가 분해되고 다시 합금 클러스터로 재조립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금 나노클러스터에서 합금 나노클러스터로의 분해 및 재조립 과정 모식도
금 나노클러스터에서 합금 나노클러스터로의 분해 및 재조립 과정 모식도

실험 결과, 새로 조립한 금 나노클러스터는 기존보다 14배 더 밝은 빛을 냈고, 제조 성공률도 90%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또 금 나노클러스터를 분해할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구조에 따라 빛을 내는 성능이 달라진다는 점도 밝혀내 향후 더 정밀하게 성능을 조절할 길이 열렸다.

이번 연구는 발광 소재의 기본 구조를 레고처럼 '분해하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계함으로써,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기술은 암세포나 병원균을 더 정밀하게 찾아내는 바이오센서부터, 더 선명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디스플레이, 고성능 LED 조명, 나아가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환경 센서까지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사업, 포스텍 양자동역학 연구센터(단장 주태하 화학과 교수) 및 포스텍 기초과학연구소(소장 박재모 물리학과 교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