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이 외산 제품에 압도당하고 있다. 관계형 DBMS(RDBMS)처럼 핵심 인프라 구축 이슈에 밀려 우물쭈물하다간 기회도, 시장도 다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는 중이다.
어딜 가더라도 'AI 3대 강국' 비전이 각광 받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GPU DBMS시장 국산 점유율은 고작 10%에 그친다. 나머지 90%는 외산이 휩쓸고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 메이저급 GPU DBMS업체 절반 가까이가 최근 한국에 직접 진출, 커나가는 초기시장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AI가 사용자로부터 받은 명령이나 질문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가져와 빠르게 분석·처리, 가장 알맞는 답이나 해법, 결과치를 내놓느냐로 성능이 판가름 난다는 것은 이젠 누구나 아는 것이 됐다. 여기엔 GPU라는 병렬연산 방식 처리 장치가 필수적이란 것도 대부분 알게 됐다.
하지만, 이 처리 과정은 일일이 사람 지시나 지식이 부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시스템적인 도구인 DBMS에 의해 데이터 분석·처리 속도나 결과물 수준이 결정되는 절차를 거친다. 결국, AI 최종 성능이나 만족도는 GPU 그 자체의 품질과 함께 DBMS 성능과 품질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GPU DBMS가 지금처럼 외산 독식으로 시작해 중장기적으로도 이런 상태가 고착화된다면 우리나라 AI 시장 인프라 관리 상당부분은 외국에 의존하는 형국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들 외국계 GPU DBMS 주자들이 초기 민간기업 엔터프라이즈급 시장 주도권에 이어 막 퍼지지 시작한 공공시장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데이터 활용 범위나 흐름을 봤을때 공공시장은 결국, 국가 전체 AI 전략과 맞물려 있는 중요 기반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참모·주요 부처 인선에 드러났듯 AI 강국을 향한 목표는 확고히 섰다. 그러면 그 방향에서 필요한 조치나 방안이 GPU 몇장, 국가AI데이터센터 몇곳 설치 등에 그쳐선 안된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AI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나 실행계획이 촘촘히 짜여져야 한다.
AI시대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측면에서 GPU DBMS 생태계 조성과 우리 기업의 경쟁력 촉진에도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AI 강국은 허장성세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밑바탕 기술부터 탄탄해야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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