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정부재정지원사업 이력제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전 한양대 총장)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전 한양대 총장)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과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느 정부에서나 대학에 대한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목적의 정부 사업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되도록 사업 제안서의 틀에 맞추어 작성하기 위해 대학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사업계획서 평가 시 평가 기관에서는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되면 안 된다는 원칙에 입각해 상피제도 도입 등을 통해 여러 이유로 관련 전문가들이 평가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피평가자 입장에서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비전문가가 평가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사업에 최종 선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지만 사업 종료 후에 사업의 기대효과에 걸맞게 사업이 진행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각종 수치의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것은 정량적인 성과를 검토하는 측면에서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력(impact)이 있었는지 파악하여 사업의 효과성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대학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풍부한 재정은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

2024 NACUBO(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 and University Business Officers·미국의 대학 비즈니스 책임자 협회)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학 중 기부금 규모 1위인 하버드 대학의 기부금은 $520억(약 70조원)이고, 자료 조사에 참여한 658개 대학의 기부금 규모 총액은 $8740억(약 1184조원)이다. 미국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정부분에서 절대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듀플러스]<칼럼>정부재정지원사업 이력제

한국 대학들은 어떤가. 재정적인 여력이 풍부하지 않은 한국의 대학들이 정부재정지원사업 선정을 위해 매진하는 이유는 대학 재정 결핍이 하나의 요인이다.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졌다.

재정확보를 위해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목표가 되고, 사업 선정 후에는 평가에 대비하여 사업 목표치 달성에 매달리며 외형적인 것에 치우쳐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사업이 수행되면 재원의 비효율화를 야기시킬뿐만 아니고 대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재정지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업 선정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의 기대효과가 사업 종료 후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구력 증진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해 왔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부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유치한 각종 연구 센터들 중 사업 계획서 제출 시 약속한 대로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고 있는 센터가 대학 내에 얼마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재정지원이 종료되면 대학에서 수주한 사업도 함께 종료되기를 반복하는 관행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대학에서 수주한 사업 종료 후 사업의 효과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를 새로운 유사 사업 선정 평가 시 비중있게 반영하는 정부재정지원사업 이력제를 도입하자. 이를 통해 대학의 특성화와 교육 및 연구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정부재정지원사업 운영방식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전 한양대 총장) wskim@hanyang.ac.kr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한국산학협력학회장, 제2기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 제15대 한양대 총장을 거쳤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GIST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