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고전이 된 이 말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단순명료하게 설명한다. 자신을 다스릴 수 있어야 가족과 조직을 단련할 수 있고, 그 토대 위에서 비로소 외부와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말'보다 '성과'를 먼저 이야기하고, 내부 단련보다 외부 홍보를 먼저 시도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은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특히 리더와 중간관리자의 언어 습관과 태도는 조직 전체의 분위기와 성과에 직결된다.
필자는 종종 기업 중간관리자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대부분이 “이런 걸 왜 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리더십 교육' 하면 전략, 기획, 실행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오르지 '말'이나 '태도'는 후순위로 밀린다. 그러나 막상 훈련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온다. 참가자들은 “내가 이런 말버릇을 가지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말이 달라지니 사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말하는 방식 하나 바꿨을 뿐인데 협업 분위기가 바뀌고, 팀의 결속력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실제로 많은 성장 단계의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인해 조직 내부의 마찰을 겪는다. 특히 빠르게 확장 중인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인사(HR) 파트에서 '조직 내 상사와의 갈등'으로 고충 상담이 이어지고, 때로는 조직 문화 전반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그런데 그 문제가 꼭 상사의 개인적인 자질이나 업무 능력 문제만은 아니다. 상사가 전한 메시지를 부하 직원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같은 메시지라도 이를 전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어 사단이 난 경우가 많다.
조직 내부의 소통 문제는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상사는 “왜 내 말을 못 알아듣냐”고 답답해하고, 직원은 “왜 저렇게 무시하듯 말하지?”라고 상처받는다. 어느 쪽이든 '자기만의 언어'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를 불편하게 해석하고, 동료의 피드백을 '꼰대질'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반대로, 일부 리더들은 자신이 던진 말의 무게를 자각하지 못한 채, 팀 전체를 지치게 만든다. 의사소통은 관계의 거울이다. 그리고 이 거울은 늘 양쪽 모두를 비춘다. 결국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의 목적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구성원의 말투와 태도, 질문하는 방식, 회의의 흐름을 조금만 관찰해보면 문제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한다. 때로는 리더의 불명확한 지시가 반복적인 실수를 낳고, 상사의 말투가 팀원의 사기를 꺾는 결정적 요인이 되며, 경청하지 않는 태도가 조직의 혁신을 가로막는다. 반대로, 부하직원의 책임 회피성 커뮤니케이션이나 의도적 오해도 갈등을 증폭시킨다. 직장 내 괴롭힘이 구조적 리스크가 되는 시대에, 그 피해자는 상사일 수도 있고, 직원일 수도 있다. 기업은 사람을 신뢰해야 유지되지만, 그 신뢰가 제도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기술은 자동화되고 시장은 빠르게 변하지만, 결국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내부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가장 우선이고, 그 이후에 IR도 PR도 있다. 즉,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이상, 그 핵심은 '말하는 사람'의 품격과 태도에 달려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니다. 방향 공유이고, 신뢰 구축이며, 관계 형성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말'이라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말투가 달라지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관계가 바뀌며, 관계가 바뀌면 결과도 달라진다. 말이 정제되어 있는 기업은 내부에서부터 단단해진다. 내부가 단단한 기업만이 외부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는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이고, 그 첫걸음은 '말의 단련'이다.
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chloemoon@thecompanies.co.kr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