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들이 정권교체 이후 여당 주도로 재추진되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2일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핵심은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등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재해 발생 전 투입된 생산비를 정부가 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아울러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연재해 피해에 대한 보험료 할증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양곡관리법과 함께 이른바 '농업 4법'으로 분류됐던 법안으로 지난 정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의 주도로 본회의에서 가결됐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의 거부권으로 인해 국회로 돌아와 폐기된 법안들이다.
두 법안은 민주당이 일찌감치 강행처리를 공언한 상태였다. 전날에도 정부·여당은 비공개 실무 회의를 열고 여야 합의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처리된 두 법안을 비롯한 농업 4법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역대급 수해로 인해 농가 피해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것도 정치적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법사위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기존 교과서에서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초·중등교육법도 가결했다.
지난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두고 대립했던 여야는 법사위에서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AIDT가 교육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육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교과서와 교육 자료는 하늘과 땅 차이다. AIDT를 교육 자료로 변경하면 경제 수준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 추진해서 안 된다거나 정권이 바뀌어서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실증·검증 없이 AIDT를 강제로 추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AIDT는) 아무런 검증 없이 윤석열 정부에서 밀어붙인 것이다. 사전 연구용역과 검증절차도 없었다”며 “윤석열 정권에서 무식하게 밀어붙였고 교육부가 책임감 없이 부화뇌동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과거에도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논란 때문에 스웨덴도 AI교과서를 도입했다가 7년만에 전면 취소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교육부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다루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교과서라는 지위가 되면 검·인정 체제를 거쳐야 한다. 교육자료로 쓰는 것보다 (내용 변경이 어려운) 무거운 체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