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태블릿을 빔프로젝터에 연결하는 것도 어려워서 학생 도움을 받아야 했을 만큼, 디지털과 컴퓨터에는 약한 편이었다. 그런 내가 AI 디지털교과서(AIDT)를 처음 접했을 땐 당연히 좌절감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교육청 연수에 계속 참여하다 보니, 수행평가 수업을 AIDT로 구성하면 훨씬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AIDT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고, 작년에는 직접 수학교사 대상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경험을 통해 “AIDT라면 나 같은 교사도 공학도구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고, 올해는 1학년 수업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해 새로운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수학 수업은 개념 설명에 더해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학생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전에는 이를 위해 판서 자료를 만들고, 문제를 찾고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AIDT를 활용한 이후로는 수업 준비가 한결 효율적이 됐고, 학생들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AIDT 안에는 기초부터 심화까지 수준별 문제들이 잘 정리돼 있고, 풀이 과정도 단계별로 나눠져 있어서 수업 시간에 바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학생들도 각자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고,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점검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자주 쓰는 '수업 재구성 기능'은 수업 흐름을 미리 설계할 수 있게 해줘서 꽤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이 달라졌다. 자는 학생이 사라졌다. 예전 교과서만으로 수업할 때는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수업이 끝날 무렵이면 아이들이 묻는다. “오늘 AI 맞춤학습은 언제 해요?” 문제를 더 달라고 하고, 계속 풀고 싶어 한다. 엎드려 자는 아이가 사라졌다. 같은 비상교육의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지만, AIDT를 사용할 때의 학생 참여도가 훨씬 높아진다.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 시간, 한 학생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수업이라서 AIDT를 많이 쓸 수 있었는데… 다음 학기에도 꼭 저희 수업 맡아 주시면 안 돼요?”
아이들이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분명 AIDT가 있었다.
![[에듀플러스]〈기고〉“현장 교사가 본 AIDT 가능성과 과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7/28/news-p.v1.20250728.925b44ef34154f3d91b31fbe8613df30_P1.png)
그런데 최근 AIDT 정책이 보류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황스러웠다. 현장에서는 분명 잘 쓰고 있고, 수업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은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걸 안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선 교실에서 실제로 쓰고 있는 도구가 예고도 없이 중단된다는 얘기에 허무함이 클 수밖에 없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잘 쓰고 있는데 왜 갑자기?”라는 반응이 많았다.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고, 우리 교실은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스템엔 당연히 개선할 점이 있다. 나 역시 처음엔 불안한 마음으로 시범 운영에 참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교사들이 수업에서 AIDT의 효과를 직접 느끼고 있고, 앞으로 더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방식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수업의 본질은 '학생'이고, 그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사람은 교사다. AIDT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시작점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중단'이 아니라 '지속적인 개선'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이다.
교과서는 교사에게 '수업의 기준'이다. 검정과 심사를 거친 교과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를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장치다. AIDT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어떤 내용도 그냥 '참고자료'로 머물고 만다. 공신력 없는 콘텐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오늘도 더 나은 수업을 고민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AIDT는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결정되기를 바란다.
김정현 대구 강북고등학교 수학 교사 odquee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