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본회의 처리를 앞둔 가운데 학교 현장과 교과서 업체들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자료로 격하될 경우 당장 개학을 2주 앞둔 학교 현장에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어지고, 2026학년도에 도입될 교과서 검정 절차도 중단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 변경을 앞두고 예산 지원, 플랫폼 유지 여부 등이 정해지지 않아 현장과 발행사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변경되면 교육청별로 사용 편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학기 사용을 두고도 대구교육청은 전체 학교에서 사용하기로 한 반면 서울교육청은 수요조사를 하지 않았다.
교육청이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을 위해 편성한 예산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각 시도교육청별로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간 예산이 편성돼 있지만, 이를 교육자료에 쓸 수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교육자료는 검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므로 현재 진행 중인 검정 절차도 중단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 7월 말 각 발행사에 1차 평가 결과를 고지한 바 있으며, 8월 말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절차가 중단되는 경우 발행사들이 검정료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정해진 게 없다.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들은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를 방문하는 등 여론 뒤집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AIDT 시연 및 토론회'를 개최하고 실제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 중인 교사들이 참석해 수업 과정과 영상을 공개했다.
발행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 자율 선정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AI 디지털교과서를 실제로 접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기회가 줄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구교육청이 AI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 초·중등 교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효용성을 느꼈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지원하고 있는 AI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이 유지될 지 등 실무적인 차원의 변화도 확정되지 않았다.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교육자료로 변경될 경우 2학기부터 예산이나 기술적 지원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며 “AI 디지털교과서를 관리하는 플랫폼을 각 사별로 마련해야 할 경우 시간이 촉박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발행사 관계자도 “가장 걱정인 것은 고용 문제”라며 “개발을 위해 채용했던 인력들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