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커머스는 빠지고 티메프 방지법, PG만 잡나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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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핵심 조항인 정산자금 100% 외부관리 의무가 대기업 이커머스를 사실상 비켜가면서 중소PG사 반발이 거세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제도 도입의 계기가 된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없으며, 중소 PG사에 과도한 규제를 떠안기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의 원인이 대형 이커머스 내부 정산 구조에서 생긴 문제인데도, 정작 이번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은 전금법 규제를 벗어나고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아 정산자금 50%만 외부관리하면 된다.

PG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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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정의를 좁게 해석한다. 제3자 간 대금 결제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대규모유통업법·전자상거래법·가맹사업법 등 타 법률상 부수적으로 정산을 수행하는 사업자는 전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체 146개 전업 PG사 중 81.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100% 외부관리 의무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이커머스를 겸영하는 36개사 중 64%가 대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은 규제 회피가 가능하고 중소 PG만 강한 규제에 묶이는 역차별 구조가 형성된다.

정산자금 100% 외부관리 의무가 도입되면, PG사들은 보유 자금을 전액 신탁·예치·보험에 묶여 운용 여력이 급감한다. 이는 결제망 운영과 신규 서비스 투자 여력을 축소시키고, 수익성이 낮은 중소 PG사는 고정비 부담과 자금 유동성 악화로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

전업 PG사의 정산 주기는 평균 2~3일로 미정산 사고 사례가 드물고, 실제 피해 대부분은 유통 겸영 사업자에서 발생해왔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정산자금 100% 외부관리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막는 장치일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대기업 규제 회피와 중소 PG사 도태라는 부작용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PG사 정의를 협소하게 하면, 실질적으로 PG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등록·감독을 회피하는 무허가 PG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무허가 PG와 거래한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이 되고, N차 PG 구조 역시 규제 사각지대에 남는다. 이는 영세 가맹점의 정산 지연으로 직결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전금법 개정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N차 PG, 무허가 PG 등 비정형 결제 경로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정산 관리 기준을 일원화해야 한다”며 “전금법은 단순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넘어, 결제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